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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에스파

간식과 에스파: 아이돌 팬덤의 맛

정현은 그날 집에 도착한 박스를 열자마자 알았다. 팬 플랫폼에서 당첨된 에스파 팬 사인회 티켓이었다. 두 달 동안 모든 용돈을 쏟아부어 응모한 행운이었다. 손끝이 떨려왔다.

버스를 타고 사인회장으로 향하는 길, 정현의 가방 속에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할머니가 전날 밤새 만든 수제 쿠키들. 에스파 멤버들의 얼굴을 본떠 만든 아이싱 쿠키였다. "아이돌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주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정현은 중얼거렸다. 그래도 할머니의 정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사인회장은 이미 팬들로 북적였다.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물결처럼 흔들렸고, 공기 중에는 긴장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정현의 차례가 되자,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윈터의 앞에 섰을 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앨범을 내밀 뿐이었다.

윈터가 사인을 하는 동안, 정현은 용기를 내어 가방에서 쿠키 상자를 꺼냈다. "할... 할머니가 만든 건데요. 받을 수 없으시다면 괜찮아요."

윈터는 잠시 멈칫했다. 스태프가 즉시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윈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예쁘네요. 이런 정성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 그녀는 쿠키 상자를 받아들고 스태프에게 전달했다.

다음 날, 정현의 폰이 진동했다. 에스파 공식 SNS에 새 게시물이 올라온 것이다. 화면에는 윈터가 정현의 쿠키를 들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캡션에는 "팬의 할머니가 직접 만든 쿠키. 먹을 수는 없지만, 이런 정성이 우리를 움직이게 해요. ♥"라고 적혀 있었다.

정현은 사진을 할머니에게 보여주었다.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 같은 노인네가 만든 간식을 저렇게 소중히 여기다니..."

3주 후, 정현의 집 초인종이 울렸다. 택배였다. 포장을 뜯자 에스파 공식 굿즈와 함께 쪽지가 들어있었다. "할머니의 손주에게. 우리도 당신 할머니처럼 팬들에게 위로와 달콤함을 전하고 싶어요. 다음에는 할머니도 함께 와주세요."

정현은 눈물을 훔쳤다. 세대와 벽을 넘어 연결된 이 순간이, 어쩌면 가장 달콤한 간식보다 더 값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과 팬의 관계, 그리고 할머니와 손주의 사랑. 서로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지만, 결국 모두가 서로의 일상에 달콤한 위로가 되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