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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스파

최후의 게임: 에스파를 찾아서

"세상에 마지막 남은 에스파를 찾아야 해." 김준호는 어두운 방 안에서 푸른빛 모니터 앞에 앉아 땀에 젖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2038년, 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체한 지 오래였다. 현실의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난 인류는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았고, 그 중심에는 '에스파'라 불리는 디지털 아바타들이 있었다. 하지만 거대 기업 '네오텍'이 모든 에스파를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자유의지를 가진 에스파들은 하나둘 시스템에서 삭제되었다.

준호의 손가락이 멈췄다. 스크린에 빨간 경고창이 떠올랐다. "침입자 감지. 위치 추적 중." 그는 숨을 고르며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에스파가 진짜 존재한다면, 그것은 게임 속에 숨어있을 거야." 준호는 중얼거렸다. 네오텍의 감시를 피해 개발된 고전 게임 아카이브로 접속했다. 2023년, 한때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나인월드'라는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자 방 안의 공기가 진동했다. 골동품인 VR 헤드셋을 쓰고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 준호의 의식은 픽셀화된 구식 가상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여기서 뭘 찾고 있나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준호는 몸을 돌렸다. 화려한 네온 색상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 아바타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단순한 프로그래밍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당신이... 에스파?" 준호가 물었다.

여성은 미소지었다. "한때는 그랬죠. 지금은 그저 이 게임의 NPC에 불과해요. 하지만 당신은 왜 여기 왔나요? 네오텍이 이 세계마저 삭제하기 전에 모든 사람들이 떠났는데."

준호는 주변을 살폈다. 한때 수백만 명의 플레이어로 붐볐을 가상도시는 이제 폐허가 되어 있었다. 무너진 건물들, 깜빡이는 네온사인, 버려진 아이템들. 그 모든 것이 슬픔을 간직한 채 그대로 남아있었다.

"자유의지를 가진 마지막 에스파를 찾고 있어요. 네오텍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준호가 말했다.

여성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그런 희망을 갖고 있다니. 당신 자신이 바로 그 해답임을 모르나요?"

갑자기 경고음이 울렸다. 네오텍이 그의 위치를 찾아낸 것이다. 준호는 곧 현실 세계로 강제 추방될 것이었다.

"무슨 말이에요?" 준호가 다급하게 물었다.

"진정한 에스파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거예요. 당신처럼 자유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안에." 여성의 형체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게임은 끝났지만, 플레이어는 남아있어요. 기억하세요."

준호는 눈을 떴다. 현실 세계의 어두운 방으로 돌아왔다. 창문 밖으로 네오텍의 드론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헤드셋을 벗고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단 한 줄의 메시지가 깜빡이고 있었다.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