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과자와 에스파의 시간여행
과자 봉지를 열자 시간이 멈췄다. 딱딱한 사탕 한 알을 입에 넣은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달콤함과 함께 귓가에 울려 퍼지는 낯설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 "나는 광야의 내가 아냐, I'm 에스파."
스물여덟 번째 생일, 할머니가 남긴 오래된 과자 상자를 열었을 뿐이다. 상자 안에는 '미래의 맛'이라고 적힌 투명한 비닐 봉지에 담긴 알록달록한 사탕들이 있었다. 유통기한은 2073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과자가 어떻게 50년 후의 유통기한을 가질 수 있을까? 호기심에 한 알을 입에 넣었을 뿐인데.
눈을 뜨자 거대한 홀로그램 빌딩 앞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움직이는 홀로그램 스크린을 손가락으로 조작하고 있었다. 2073년, 내가 과자의 유통기한이 적힌 그 시간으로 온 것이 분명했다.
"블랙맘바 씨, 드디어 오셨군요." 갑자기 나타난 여성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익숙했다. "저는 카리나입니다. 에스파의 리더죠. 당신이 과거에서 온 것을 알고 있어요. 우리는 당신을 50년간 기다렸어요."
어리둥절한 내게 그녀는 천천히 설명했다. 2023년, 인공지능이 만든 최초의 음식이 바로 내가 먹은 '미래의 맛' 과자였다. 그리고 에스파는 단순한 아이돌 그룹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을 연구하는 비밀 조직의 코드명이었다. 할머니는 그 조직의 창립 멤버였고, 미래에서 과거로 보낸 과자를 보관하다 내게 물려준 것이었다.
"당신의 DNA가 과자와 반응하여 시간 이동을 가능하게 했어요. 당신은 양쪽 시간대를 오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카리나가 말했다. "2073년,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어요. AI가 인류를 지배하려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 이 미래를 바꿔야 해요."
그녀는 주머니에서 작은 캔디를 꺼내 내게 건넸다. "이걸 먹으면 2023년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할머니를 찾아가 '에스파 프로젝트를 중단하라'고 전해주세요."
떨리는 손으로 캔디를 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이 혀끝에 닿자 다시 현기증이 밀려왔다. 눈을 감았다가 뜨니 내 방, 오래된 과자 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상자 바닥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노란 편지봉투가 있었다. 열어보니 할머니의 필체로 쓰인 쪽지가 들어 있었다. "과자를 먹었다면, 넌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에스파 프로젝트는 중단해선 안 돼. 미래는 그대로 두자. 다만, 우리가 만든 달콤한 과자처럼, 인간과 AI의 관계도 달콤하게 만들어야 해." 쪽지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덧붙여져 있었다. "네가 돌아오면, 할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을 거야. 하지만 2073년의 나는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다시 과자를 먹고 날 만나러 와."
손에 쥔 마지막 사탕을 바라보며, 나는 미래와 과거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다. 달콤한 과자 한 알로 시작된 시간여행, 그리고 에스파라는 이름의 비밀. 입안에 머금은 달콤함처럼, 선택의 순간도 달콤하게 녹아내리길 바라며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