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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스파

드라마 속 에스파: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감독이 "컷!" 하고 외치자 세트장이 술렁였다. 나는 가발을 벗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디션에서 떨어져 엑스트라로 전락한 지 벌써 6개월째, 내 꿈은 아직도 첫 장면을 촬영하지 못한 시나리오 같았다.

그날 밤 기숙사로 돌아가는 버스 안,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에스파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재생 중이었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그들의 세계관이 내 상황과 묘하게 겹쳤다. 현실의 나와 꿈속의 나, 두 세계 사이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너 오늘도 늦었네." 룸메이트 지원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녀는 인기 드라마의 조연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예 배우였다. "곧 오디션 있다던데, 갈 거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니, 이제 그만할래." 지원은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에스파의 'Next Level'을 크게 틀었다. "이 노래 알지? 그들도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았어.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어냈어."

다음 날, 나는 오디션장 앞에 서 있었다. '가상현실 로맨스 드라마' 주연 오디션.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배우가 되고 싶었던 진짜 나를 연기하기로 했다. 대기실에서 에스파의 노래를 들으며 진정했다. 그들처럼 현실과 꿈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면...

"다음, 서하윤 씨." 내 이름이 불렸다. 들어가는 순간, 모든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감독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당신이 연기할 캐릭터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는 아바타입니다. 시작하세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에스파의 세계관처럼,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불러냈다. 대사가 끝나고 정적이 흘렀다. 감독이 천천히 일어나 말했다. "흥미롭군요. 당신이 바로 제가 찾던 배우입니다."

첫 드라마 촬영장. 카메라가 돌아가기 직전, 귓속으로 에스파의 멜로디를 흘려보냈다. 감독이 외쳤다. "액션!"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서하윤이 아니었다. 현실의 나와 꿈속의 나, 두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었다.

한 달 후, 첫 방송이 나갔다. 기숙사에서 지원과 함께 TV를 보며 떨렸다. 내 연기를 본 누군가가 자신의 꿈을 위해 한 걸음 내딛기를 바랐다. 마치 에스파의 노래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화면 속 내 모습은 낯설었지만, 이제는 안다. 현실과 허구 사이, 드라마와 일상 사이, 그 경계에서 진짜 나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