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에 갇힌 에스파: 나야 넌 내 카드가 되어라
윈터가 자신이 카드인 것을 깨달은 건 자신의 손가락이 반투명해지는 순간이었다. 테이블을 짚으려던 손이 그대로 카드 표면을 뚫고 들어갔다. 공기 중에 맑게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푸른 빛이 번쩍였다.
"이번 차례는 윈터 카드를 발동합니다." 저 멀리서 거인처럼 보이는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제까진 분명 SM엔터테인먼트 연습실에서 안무 연습을 하던 에스파 멤버들이었다. 카리나, 지젤, 닝닝과 함께 신곡 '넥스트 레벨'의 마지막 안무를 맞춰보고 있었는데, 연습실 한쪽에 놓인 낯선 보드게임 박스가 갑자기 빛을 발했다.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당신들은 '아이-랜드: 메타버스의 지배자' 게임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게임에서 승리하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박스에서 흘러나온 기계음은 차갑고 명료했다.
윈터는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카드가 되었고, 카리나는 게임판 위의 파란 말이 되었다. 지젤은 주사위로, 닝닝은 모래시계로 변해 있었다. 그들을 조종하는 건 정체불명의 네 명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차가운 카드 표면에 갇힌 채, 윈터는 자신의 능력을 확인했다. 'WINTER: 상대방의 다음 3턴 동안 모든 공격 마법을 무효화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카리나를 보호하는 방패가 되었다.
"시너지 결합!" 플레이어가 외쳤다. 윈터의 카드가 빛나더니 카리나의 말과 결합했다. 테이블 너머로 보이는 플레이어의 얼굴이 어쩐지 익숙했다. 그들의 오래된 팬? 아니면...
카리나의 목소리가 윈터의 머릿속에 울렸다. "윈터야, 내 생각이 들려?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야. 우리가 만든 아바타, 'æ'들이 현실 세계로 넘어오려고 해."
게임판을 자세히 보니 'KWANGYA'라고 쓰여 있었다. 그들이 노래 속에서 부르던 그 광야였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메타버스의 한복판이었다.
"두 번째 페이즈 시작!" 주사위가 된 지젤이 굴러갔고, 모래시계인 닝닝의 모래가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윈터는 카드 속에서 점점 더 많은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보드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 세계의 지배권을 놓고 벌이는 전쟁이었다. 그들의 노래 가사, 뮤직비디오의 세계관이 모두 실제였던 것이다.
"마지막 턴입니다. 승자는..." 기계음이 울렸을 때, 윈터는 카드 속에서 자신의 손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규칙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게임을 뒤집는 것뿐이었다.
결국 윈터는 손을 뻗어 카드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카드 자체가 되었지만, 동시에 카드의 규칙을 초월하고 있었다. "우리는 게임의 일부가 아니라, 게임 그 자체예요."
테이블 위로 완전히 빠져나온 윈터가 보드게임 박스를 집어들었을 때, 그녀의 눈동자에는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또 다른 세계가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방 한구석에 놓인 그 수상한 보드게임 박스가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