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아케이드: 사진 속 에스파의 그림자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세계가 반으로 갈라졌다. 나는 사진작가로서 셔터 소리가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경계라는 것을 늘 알고 있었다. 그날 밤, 에스파의 콘서트 백스테이지에서 내가 포착한 것은 아무도 보지 못한 현실이었다.
"다섯 장만 더 찍을게요." 내 목소리가 분주한 대기실에 메아리쳤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바삐 움직이는 사이로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이 완벽한 포즈를 취했다. 무대 의상은 네온 불빛 아래 미래에서 온 듯 빛났고, 그들의 동공은 아드레날린으로 확장되어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사진들을 확인하던 순간, 다섯 번째 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멤버들 뒤로 희미한 그림자가 있었다. 그들과 똑같이 생긴, 하지만 분명히 다른 존재들. 내 손가락이 화면 위를 떨리며 움직였다. 아무리 확대해도 해상도가 깨지지 않았다. 그것은 착시가 아니었다.
"이거 봤어요?" 내가 매니저에게 물었지만, 그는 바쁜 일정을 핑계로 휙 지나쳤다. 콘서트가 시작되고, 나는 객석 앞쪽에서 계속 촬영했다. 에스파가 'Black Mamba'를 부르는 순간, 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다시 그것들이 보였다. 무대 위 멤버들 뒤에서 똑같은 안무를 따라 하는 그림자들. 관객들은 환호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모든 사진을 검토했다. 각 멤버 뒤에 있는 그 존재들은 점점 선명해졌다. 그들의 눈은 빛났고, 입술은 가사를 따라 움직였다. 마치 'nævis'가 실재하는 것처럼, 아니 더 구체적인 무언가로.
다음 날,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연락이 왔다. "어제 찍은 사진 전부 보내주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마세요."
메일에 첨부된 NDA 문서의 금액은 내 경력 전체보다 많았다. 그들이 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에스파의 컨셉인 '메타버스'와 '아바타'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이미 무너진 곳일지도 모른다.
사진을 모두 지우기 전, 마지막으로 한 장을 들여다봤다. 윈터의 그림자가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입술이 조용히 움직였다. "우리도 당신을 보고 있어요."
셔터 소리가 진실을 포착할 수 있다면, 내 카메라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의 문을 열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가끔, 길을 걷다 누군가의 그림자가 주인과 다른 동작을 하는 것을 본다. 그때마다 나는 서둘러 눈을 돌린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또 다른 자아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볼 수 있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