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마법 간식 가게
그날 밤, 나는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가게를 발견했다. 우연히 골목을 잘못 들어섰을 뿐인데, 분명 어제까지 빈 건물이었던 자리에 작은 간식 가게가 있었다. 형광색 '애니의 마법 간식' 간판이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났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자 풍성한 계피와 설탕, 그리고 알 수 없는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벨소리가 울리자 카운터 뒤에서 작은 몸집의 노파가 나타났다. 주름진 얼굴에 묘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단번에 나를 알아보는 듯했다.
"기다렸어요, 손님." 애니라는 이름표를 단 노파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젊고 청아했다. "오늘은 무슨 간식이 필요하세요?"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냥... 지나가다 들어왔어요."
애니는 미소 지으며 유리 진열장 아래를 가리켰다. 거기엔 내가 본 적 없는 형형색색의 과자들이 놓여 있었다. 빨간색 별 모양 쿠키, 파란 달 모양 사탕, 보랏빛 구름 같은 마카롱.
"이건 용기를 주는 쿠키예요. 이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게 해주는 사탕. 저건... 그리운 사람을 꿈에서 만나게 해주는 마카롱이죠."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죠?"
"모든 간식에는 만드는 사람의 의도가 담겨요." 애니의 눈이 반짝였다. "엄마가 해열제 대신 끓여주던 미음에도, 할머니가 생일날 구워주던 케이크에도 마법이 있었잖아요."
문득 어린 시절 아플 때마다 엄마가 끓여주던 미음 생각이 났다. 정말 약보다 나았었지.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 맛을 잊게 되었다.
"저... 그리운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마카롱 주세요."
애니는 보랏빛 마카롱을 조심스레 작은 상자에 담았다. "잠들기 전에 드세요. 그리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요."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마카롱을 한입 베어 물었다. 라벤더와 블루베리, 그리고 알 수 없는 달콤한 향이 입 안에 퍼졌다. 눈을 감자 졸음이 밀려왔다.
꿈속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할머니가 나를 반겨주었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많이 컸구나."
다음 날 아침, 나는 애니의 가게를 다시 찾아갔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빈 건물만 남아있었다. 출입문에 '임대문의' 스티커가 붙어있었고, 먼지가 수북이 쌓인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비어있던 것 같았다.
주머니 속 마카롱 상자를 꺼내보니, 그 안에는 작은 쪽지가 있었다. "가끔은 우리가 필요한 마법을 스스로 만들기도 해요. 당신의 간식 가게를 열어보세요." 서명은 없었지만, 분명 애니의 글씨임을 알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처음으로 할머니의 레시피대로 쿠키를 굽기 시작했다. 반죽을 치대며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가 만드는 모든 간식에는, 누군가를 위한 작은 마법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