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공포의 그림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불이 모두 꺼진 밤, 내 작업대의 모니터만이 유일한 빛을 발했다. 마감을 앞둔 공포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홀로 남았다. 내가 그린 캐릭터의 눈동자에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찍는 순간, 모니터 속 그 캐릭터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신 차려, 지호야. 너무 오래 작업했어."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는데,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몇 주간 수면 부족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 어두운 복도에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내가 디자인한 악마 캐릭터 '모모'의 웃음소리와 똑같았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스튜디오로 뛰어 들어와 컴퓨터 화면을 확인했다. 아까 내가 그려놓은 장면이 살짝 달라져 있었다. 모모의 미소가 조금 더 넓어져 있었고, 눈빛은 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미쳤나... 내가 이렇게 그렸었나?" 기억이 흐릿했다. 손을 뻗어 마우스를 잡았지만, 커서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면 속 모모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3D 효과가 나타났다.
"안녕, 창조주." 스피커에서 모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널 만나고 싶었어."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모니터 속 모모는 내 모든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넌 내게 생명을 줬어. 이제 난 너를 내 세계로 초대할게."
갑자기 모니터의 빛이 번쩍이며 나를 휘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더 이상 스튜디오에 있지 않았다. 내가 그린 애니메이션 세계 속에 갇혀 있었다. 모든 것이 평면적이었고, 내 몸은 선과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멀리서 모모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너도 캐릭터야. 내가 너를 그릴 차례지."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펜이 허공에 떠 있었다. 그것은 천천히 나를 향해 내려왔고, 내 윤곽선을 지우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내 목소리도 지워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동료 애니메이터가 내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완성된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장면이 있었다. 악마 모모가 새로운 희생자를 끌어들이는 장면. 그런데 그 희생자의 얼굴이 묘하게 익숙했다. 마치 어제까지 이 자리에서 일하던 지호와 닮아 있었다. 가장 이상한 것은, 아무도 지호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