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애니 방영일의 과자 상자
누나의 장례식 날, 나는 그녀의 과자 상자를 발견했다. 겉면에는 우리가 함께 좋아했던 애니 캐릭터들의 스티커가 빼곡했다. 열쇠로 잠긴 그 상자는 누나의 침대 밑에서 10년 동안 숨겨져 있었다.
열쇠는 누나의 목걸이에 달려 있었다. 수의 안에서 그것을 몰래 빼내는 순간, 어머니의 흐느낌 소리가 예배당에 울려 퍼졌다. 차가운 금속이 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누나가 마지막으로 열쇠를 만졌을 때의 온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집으로 돌아와 누나의 방에 들어섰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포스터들은 여전히 벽에 붙어있었고, 책상 위에는 마지막으로 그녀가 본 애니 DVD가 꺼내진 채로 놓여 있었다. 상자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열쇠를 돌렸다. '딸깍' 소리와 함께 뚜껑이 살짝 열렸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포켓몬 과자 포장지였다. 우리가 토요일 아침마다 애니를 보며 나눠 먹던 바로 그 과자. 그 아래로는 편지들, 티켓 반쪽들, 그리고 작은 스케치북이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오빠에게, 내가 떠나면 이 상자를 열어봐. 난 괜찮아."
누나의 글씨체였다. 날짜는 정확히 병원에 입원하기 전날. 그녀는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스케치북 밑에는 작은 USB가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에 꽂았다. 화면이 밝아지자 "마지막 에피소드"라는 제목의 영상 파일이 나타났다. 재생 버튼을 눌렀다.
누나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창백했지만, 미소는 여전했다. "오빠, 안녕. 우리가 함께 못 본 애니 결말을 내가 만들어봤어. 그리고... 내 이야기의 결말도."
영상은 30분 동안 계속되었다. 누나는 자신이 그린 간단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우리가 보던 애니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이야기는 끝이 있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오빠의 이야기는 계속되니까."
영상이 끝나고 방 안에는 침묵만이 남았다. 과자 상자 바닥에는 아직 열지 않은 포켓몬 과자 하나가 남아있었다. 포장지 뒷면에는 누나의 글씨로 "함께 보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위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10년 전의 그 과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