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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호텔

애니의 호텔: 추억을 머무르게 하는 곳

창문을 닦다 보면 죽은 사람들이 보인다. 오늘은 203호에 체크인한 노신사의 그림자가 세 번째 창에 비쳤다. 나는 그가 실제로 있다는 걸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애니 호텔은 내 할머니의 이름을 딴 곳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15년이 지났지만, 이 호텔은 여전히 '애니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 서 있다. 나는 이곳의 관리인이자 유일한 직원이다.

창을 닦는 물소리가 뚝뚝 떨어지면서 그날의 기억이 흘러내린다. 처음으로 투숙객이 아닌 존재를 목격했던 날. 방금 체크아웃한 402호실을 청소하는데,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할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어린 소녀가 싱크대 앞에 서서 손을 씻고 있었다. 놀란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쳤지만, 소녀의 모습은 비치지 않았다.

"이 호텔은 특별해요." 할머니의 유언이었다. "머물고 싶은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주렴."

그때는 그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평범한 당부로 들렸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노신사는 오늘로 세 번째 '체크인'이다. 생전에 그는 매년 아내와 결혼기념일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한다. 아내가 먼저 떠난 후에도 습관처럼 찾아왔고, 그 자신도 3년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매년 같은 날, 그는 203호에 돌아온다.

그들에게 이 호텔은 시간이 멈춘 공간이다. 내 일은 간단하다. 방을 청소하고, 창문을 닦고, 그들이 보이지 않는 척하는 것이다. 때로는 작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누군가 자신들을 기억해주는 것뿐이니까.

오늘 저녁, 노신사는 평소와 다르게 내게 말을 걸었다.

"내일이면 떠나야 해요. 마지막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그의 미소에는 평화가 담겨 있었다. "아내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이젠 정말 함께 가야 할 시간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체크아웃 카드에 서명을 받는 것처럼 행동했다.

아침이 되자 203호는 비어 있었다. 침대는 흐트러짐 없이 깔끔했고, 창문은 이상하게도 내부에서부터 깨끗이 닦여 있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놓여 있었다—젊은 시절의 노신사와 그의 아내가 이 호텔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창문을 닦으며 나는 생각한다. 이 호텔의 진짜 주인은 내가 아니라 이곳에 머무는 모든 기억들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언젠가 나도 이 창문 너머에서 누군가에게 보일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도 여전히 이 호텔은 기억하고 싶은, 머물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해 문을 열어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