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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간식

에스파와 간식: 디지털 비밀의 맛

지훈의 에어팟에서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이 흘러나오는 순간, 책상 위의 간식 봉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는 음악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영혼 없는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열두 시간째 이어지는 코딩 마라톤, 하지만 그의 에너지는 바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프로젝트 마감까지 6시간..." 그가 중얼거렸다. 손을 뻗어 과자 봉지를 집어 들었을 때, 그의 손가락 끝에서 미세한 전류가 흘렀다. 디스플레이가 깜빡였고, 코드 창은 순식간에 이상한 문자들로 채워졌다. 간식 봉지에서는 은은한 청록색 빛이 새어 나왔다.

"뭐지...?" 지훈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봉지 안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봉지를 열었고, 순간 방 안은 강렬한 청록색 빛으로 가득 찼다. 그 빛이 사그라들자, 책상 위에는 작은 홀로그램 형태의 네 명의 소녀들이 서 있었다. 에스파의 멤버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지훈 씨." 홀로그램 카리나가 말했다. "당신의 코딩 프로젝트를 도와드리러 왔어요. 저희는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에스파의 데이터 클론입니다."

지훈은 눈을 비볐다. "난... 환각을 보고 있는 건가? 아니면 과로?"

"아니요," 윈터가 말했다. "당신이 구입한 이 간식은 특별한 AI 나노 기술이 탑재된 프로토타입이에요. 저희 회사가 비밀리에 테스트 중인 제품이죠. 디지털 어시스턴트로서 저희를 활성화했어요."

닝닝이 손가락을 튕기자 지훈의 코드가 자동으로 수정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최적화하면 실행 속도가 40% 향상될 거예요."

지젤이 웃으며 덧붙였다. "간식을 먹으면서 코딩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죠. 미래의 에너지 보충법이랄까요?"

지훈은 잠시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대박, 이거 진짜 미쳤네. 내가 만약 이 기술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건 불가능해요," 카리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저희는 사라지고, 모든 기록도 지워질 거예요. 이건 지금 당신만을 위한 비밀이에요."

다섯 시간 후, 프로젝트는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홀로그램 멤버들이 하나둘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잠깐만," 지훈이 급하게 말했다. "이게 다 꿈이 아니라는 증거를 남겨줘."

카리나는 미소 지으며 손가락으로 간식 봉지를 가리켰다. "봉지 안쪽을 확인해보세요."

그들이 완전히 사라진 후, 지훈은 빈 간식 봉지를 집어 들었다. 안쪽에는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æ-REALITY, 2023년 12월 13일 베타 테스트 성공."

그날 이후로, 지훈은 수많은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같은 간식을 찾아 헤맸지만, 그 특별한 봉지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코딩을 할 때마다, 에스파의 음악을 들으면서 간식을 먹을 때면, 가끔 모니터에 청록색 빛이 스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