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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남사친

에스파와 남사친: 가상과 현실 사이

유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소리 없는 알림이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눈을 뜨자마자 본 메시지는 언제나처럼 그에게서 온 것이었다.

"오늘도 에스파 콘서트 영상 봤어. 너랑 같이 보면 더 재밌을 것 같아."

민우.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온 남사친이자, 유진의 유일한 비밀 공유자. 그는 유진이 에스파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학교에서는 차가운 이미지의 우등생으로 통하는 유진이 아이돌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교실에서 만난 민우는 언제나처럼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어제 보낸 'Black Mamba' 커버 영상 봤어? 네가 좋아하는 카리나 파트가 특히 잘 나왔더라."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의 눈빛이 평소와 달리 진지해 보였다.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사실... 이번 주말에 에스파 팬미팅 티켓 두 장이 있어. 같이 갈래?"

유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에스파의 팬미팅은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민우가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우야, 나... 부모님이 아이돌 좋아하는 거 안 좋아하시는 거 알잖아. 비밀로 해왔는데..."

민우의 얼굴에 실망감이 스쳤다. 하지만 곧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괜찮아."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진은 계속해서 민우의 제안을 떠올렸다. 그와 함께라면 팬미팅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설렜다. 유진은 문득 깨달았다. 민우에 대한 감정이 단순한 우정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는 것을.

결심을 한 유진은 휴대폰을 꺼내 민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팬미팅 같이 가자.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넌 에스파 팬도 아닌데 왜 티켓을 구한 거야?"

답장은 곧바로 왔다.

"사실... 나는 에스파보다 네가 에스파를 좋아하는 모습을 더 좋아해. 네 눈이 반짝이는 순간을 보고 싶었어."

유진의 얼굴이 붉어졌다. 가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던 그녀의 감정이 현실로 흘러나오는 순간이었다. MY(나의 세계)에서 KWANGYA(광야)로, 그리고 다시 현실로. 에스파의 세계관처럼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그 순간, 유진은 민우에 대한 감정이 가장 현실적인 것임을 깨달았다.

유진은 답장을 보냈다.

"고마워. 그런데 넌 어떻게 내 비밀을 항상 지켜줬어?"

"너의 아바타가 되고 싶었으니까. 네가 현실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을 대신 지켜주는 사람."

유진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 그 사이에서 민우는 언제나 그녀의 편이었다. 마치 에스파의 ae-멤버처럼, 그녀의 또 다른 자아를 지켜주는 존재였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메타버스와, 그 세계로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단 한 명의 사람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