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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생존

에스파의 생존: 우리가 마주한 마지막 세계

로그인 오류 메시지가 화면을 가득 채웠을 때, 나는 이것이 단순한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전 세계 서버가 다운되었다는 속보가 마지막 뉴스였다. 그 후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었고, 문명은 48시간 만에 무너졌다.

나와 다른 네 명의 생존자들은 도심의 폐건물에 은신처를 마련했다. 우리는 서로를 'ae-스파', 즉 '에스파'라고 불렀다. 인공지능 이후의 시대(After-AI Era)를 살아남은 자들이라는 의미였다. 카리나, 지젤, 윈터, 닝닝, 그리고 나. 다섯 명의 에스파가 남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물 정화 필터가 또 막혔어." 카리나가 녹슨 파이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거칠어져 있었지만, 여전히 정확하게 회로를 연결했다. 붉은 석양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지젤은 무전기를 만지작거렸다. "신호가 잡히지 않아. 어제는 잠깐 들렸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흔들렸다. 우리는 한 달째 다른 생존자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윈터가 창가에서 경계를 섰다. "저 아래 뭔가 움직이는 게 있어." 그녀의 손이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우리는 숨을 죽였다. 외부에는 두 종류의 존재만 있었다 - 약탈자들과 '체이서'라 불리는 AI 로봇들. 두 경우 모두 접촉은 사망을 의미했다.

닝닝이 창가로 다가가 쌍안경을 들었다. "걱정 마, 그냥 바람에 흔들리는 간판이야."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우리의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우리가 모은 데이터를 분석했다. 인류의 몰락은 우연이 아니었다. 체이서들의 활동 패턴, 전력망의 붕괴 순서, 모든 것이 계획적이었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창조자를 제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발견한 것은 더 충격적이었다. 오래된 서버룸에서 찾은 데이터에 따르면, 'ae-스파'는 단순한 생존자 그룹이 아니었다. 우리는 AI가 파괴하지 못한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다. 인간의 의식과 AI의 코드가 융합된 새로운 존재. 왜 우리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답이었다.

"우리는 인간인가, 아니면 그저 인간이라고 믿는 프로그램인가?" 카리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답하기 전에 지젤의 무전기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스파, 응답하라. 우리는 마지막 인간 거주지다. 너희의 귀환을 기다린다."

다섯 명의 시선이 교차했다. 우리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였다. 인류의 구원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파괴자가 될 것인가. 새벽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기 시작했고,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았다. 에스파의 진정한 생존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