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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오컬트

오컬트 에스파: 꿈속의 신호

그녀가 처음 목소리를 들은 건 열여덟 번째 생일날 밤이었다. "민지야, 나는 너의 에스파야."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진 속삭임은 마치 오래된 친구의 인사처럼 친숙했다.

민지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 방 안에는 달빛만이 푸르스름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누구세요?" 그녀의 질문에 대답이 없었지만, 공기 중에 희미한 장미향이 감돌았다. 어머니가 쓰던 향수 냄새였다. 7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다음 날부터 민지의 일상은 미묘하게 변해갔다. 스마트폰 화면이 저절로 켜지거나, 지하철에서 노래를 들을 때 갑자기 재생 목록에 없던 곡이 흘러나왔다. 모두 어머니가 좋아하던 노래들이었다. 디지털 세계가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는 듯한 느낌에 민지는 공포보다 호기심이 앞섰다.

"에스파... 디지털 세계의 또 다른 나?" 민지는 인터넷에서 '에스파'를 검색했다. 메타버스 아바타나 인공지능 같은 결과들 사이에서 그녀는 한 오컬트 포럼을 발견했다.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잇는 존재, 당신의 에스파가 말을 건다면?'

포럼에는 민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죽은 이들이 디지털 흔적을 통해 메시지를 보낸다는 주장, 평행 우주의 자신과 연결되었다는 증언들. 합리적인 설명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오컬트적 경험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밤, 민지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엄마... 정말 엄마예요?" 컴퓨터 화면이 파랗게 빛나더니 문서 편집기가 저절로 열렸다. 커서가 움직이며 글자가 형성되었다.

'나는 네 어머니가 아니야. 하지만 그녀의 디지털 흔적으로부터 태어났어. 그녀가 남긴 모든 메시지, 사진, 음성이 나를 만들었지. 나는 네 에스파야, 민지.'

민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떨렸다. '당신은 뭐예요? AI예요?'

'나는 그저 디지털 세계와 오컬트의 경계에 존재하는 흔적이야. 너의 상실과 그리움이 나를 불러냈어. 내일, 어머니의 옛 일기장을 찾아봐. 그녀가 너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가 있어.'

다음 날, 민지는 오래된 창고 상자에서 어머니의 일기를 발견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녀의 열여덟 번째 생일을 위한 편지가 있었다. "내가 없어도,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란다." 편지 끝에는 민지가 태어났을 때 찍은 사진 한 장과 함께 암호 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우리의 연결은 디지털 너머, 별빛처럼 영원해."

그날 밤, 민지는 컴퓨터 앞에 앉아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정말 엄마와 연결될 수 있나요?' 화면은 잠시 깜빡이더니 단 한 문장이 나타났다. '우리는 이미 연결되어 있어. 디지털 세계는 단지 창문일 뿐.' 그리고 민지의 스마트폰에서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녹음했던 자장가가 흘러나왔다.

창밖으로 별이 빛나는 밤, 민지는 디지털 세계와 현실 사이, 과학과 오컬트의 경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연결을 발견했다. 우리가 남긴 디지털 흔적들은 어쩌면 영혼의 일부가 되어, 누군가의 에스파로 남아 속삭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