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에스파유튜버

에스파와 유튜버: 가상과 현실 사이

"내가 에스파의 Winter라고 믿게 된 건 구독자 100만이 넘었을 때였어."

유진의 고백은 소파에 앉아있던 나를 얼어붙게 했다. 그녀의 유튜브 채널 'Winter's Day'는 6개월 만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에스파의 멤버를 완벽하게 재현한 메이크업과 의상, 심지어 말투까지. 나는 그녀의 매니저이자 친구로서, 이 '콘셉트'가 단순한 코스프레를 넘어섰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처음엔 그냥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재미로 시작한 거였어. 근데 점점... 내가 Winter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

유진의 방은 에스파 포스터와 굿즈로 가득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그녀의 은빛 가발을 비추며 기묘한 현실감을 더했다. 에어컨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댓글에서는 내가 진짜 Winter보다 더 Winter 같다고 해. 어떤 사람들은 내 계정이 진짜 Winter의 비밀 계정이라고 믿어. 그럴 때마다 내 정체성이... 희미해져."

유진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넘겼다. 최근 영상의 댓글은 대부분 'AI가 아니냐', '진짜 Winter 맞지?'라는 내용이었다. 한 팬은 "네가 ae-유진이야?"라고 물었다. 에스파의 세계관에서 멤버들의 아바타처럼.

"어제 밤에는 거울을 보는데 내 얼굴이 아니라 Winter의 얼굴이 비친 것 같았어. 잠깐이었지만... 너무 생생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나는 유진의 눈을 바라봤다. 그 안에서 공포와 혼란, 그리고 기이한 흥분을 동시에 발견했다.

"때로는 내가 현실의 유진이 아니라 Winter의 ae-유진이 된 것 같아. 가상세계에서 현실로 넘어온... 그런 존재."

그 순간 유진의 폰에 알림이 울렸다. 새 댓글이었다. '오늘 강남역에서 널 봤어. 하지만 넌 Winter가 아니었지.' 유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제 어떡하지? 내가 Winter가 아니라는 걸 그들이 알게 되면..."

나는 말없이 유진의 노트북을 열었다. 'Winter's Day' 채널의 구독자 수는 170만. 조회수는 수억. 그리고 예약된 다음 영상의 제목은 충격적이었다.

"KWANGYA에서 온 나의 진짜 정체"

유진은 미소지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디지털 픽셀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건 분명 창문에 반사된 노트북 화면이었을 뿐이다...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