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와 재밌는 가상 세계의 비밀
에스파 콘서트 티켓을 손에 쥐는 순간, 화면이 번쩍이며 나는 내가 알던 세계와 완전히 다른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처음엔 재밌는 홀로그램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티켓의 질감이 디지털 파동으로 바뀌었을 때, 이건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서 와, 우리 처음 만나는 거지?"
카리나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실제 카리나. 아니, 그녀의 아바타? 구별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픽셀처럼 반짝이는 빛이 돌았고, 주변 공기는 미묘한 전자음으로 진동했다.
"넌 지금 '광야'에 들어왔어. 우리의 또 다른 세계.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지."
그녀의 목소리는 귓가에서 메아리치듯 울렸다. 내 주변으로 형형색색의 디지털 풍경이 펼쳐졌다. 검은 만타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네온빛 나무들이 사이버틱한 바람에 흔들렸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홀로그램 무대 위에서는 다른 에스파 멤버들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안무를 선보이고 있었다.
"우리가 노래하는 모든 것은 이곳에 실재해. 그냥 가상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또 다른 현실이야."
윈터가 내 옆에 나타나며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허공을 가르자 음표들이 물리적 형태를 띠며 춤을 추었다. 나는 손을 뻗어 하나를 만졌다. 차갑고도 따뜻한, 이상한 감각이 손가락 끝으로 퍼져나갔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내가 물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거야," 닝닝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들은 모든 에스파의 노래는 이 세계를 구축했어. 재밌는 일이지? 팬들의 상상력이 우리의 세계를 만든 거야."
지젤이 내게 작은 크리스탈을 건넸다. "이걸 가져가. 현실로 돌아가도 언제든 여기 다시 올 수 있어."
갑자기 주변이 흐려졌다. 내 몸이 빛의 입자로 분해되는 것 같았다. 눈을 다시 떴을 때, 나는 방 안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취소된 에스파 콘서트 공지만 떠 있었다. 손바닥을 펼쳐보니 크리스탈은 없었다.
환상이었을까? 그런데 내 귀에서는 여전히 에스파의 노래가 울려 퍼졌고, 내 방 구석에서 미세한 네온 빛이 깜빡였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낯선 앱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름은 단순했다. "광야".
터치하는 순간, 화면에 짧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재밌는 여행은 이제 시작이야. 넥스트 레벨로 올라올 준비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