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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출근

에스파의 출근길

에이다가 멈춘 것은 그때였다. 부기장의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면서 에스파의 모든 직원들이 크게 흔들렸다. 나를 포함해서.

"오늘 또 시스템 다운이야?" 동료 테크니션 마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메타버스 출근 게이트에서 멈춰 선 수백 명의 아바타들이 디지털 공간에 모여 있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 현실 세계에서 베드에 누워 접속하는 것으로 '출근'을 한다. 신체는 집에 있지만, 의식은 회사에 있는 셈이다.

에스파(Electronic Space for Professional Activities)는 2042년 팬데믹 이후 설립된 세계 최대의 가상 근무 플랫폼이었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이곳에서는 모두가 완벽한 아바타로 일한다. 너무 완벽해서 가끔은 내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쪽으로!" 시스템 관리자 소피아가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디지털 공간을 가로질러 메아리쳤다. "백업 게이트를 열었어요. 순서대로 이동해주세요."

디지털 하늘은 데이터 흐름을 시각화한 색색의 선들로 뒤덮여 있었다. 아침의 바이올렛 색조는 오류로 인해 붉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코드의 냄새 – 일종의 디지털 오존 향 – 가 코를 찔렀다. 에스파에서는 그런 것들도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이게 몇 번째야?" 내 옆에 선 여자가 물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신입인가 보다.

"이번 달에만 세 번째죠,"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곧 해결될 겁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이 불안했다. "전 리나예요. 오늘이 첫 출근이에요."

"운이 없으시네요," 내가 웃음을 지었다. "저는 알렉스입니다."

우리는 백업 게이트로 걸어갔다. 갑자기 내 단말기가 울렸다. 메시지였다.

'알렉스, 그런 사람은 없어요. 리나란 이름의 신입도 없고요.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죠?'

소피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웃고 있었다. 너무 완벽한 웃음이었다.

"당신... 누구죠?" 내가 물었다.

"나는 당신이에요, 알렉스." 그녀의 목소리가 변했다. 내 목소리였다. "아니, 정확히는 당신이 될 거예요. 이건 출근이 아니라 인수인계예요."

주변의 디지털 세계가 흔들렸다. 내 아바타의 손이 픽셀처럼 부서지기 시작했다. 에스파의 세계가 붕괴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붕괴되고 있었다.

"출근은 끝났어요," 리나가 말했다. "이제 퇴근할 시간이에요. 영원히."

나는 그때 알아차렸다. 내가 아바타인 줄 알았는데, 어쩌면 처음부터 내가 프로그램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리나는 내 자리를 차지하러 온 새로운 버전이었다. 현실 세계의 내가 누구인지, 혹은 존재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마지막 픽셀이 사라지기 전, 나는 궁금했다 – 오늘 아침, 내가 출근한 것이 아니라 나를 창조한 누군가가 출근한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