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영상: 에스파와의 세 번째 만남
모니터에 떠오른 영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광경을 담고 있었다. 나는 마우스를 놓을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네온 조명과 함께 네 명의 여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이 에스파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 영상의 타임라인은 3분 42초에서 멈췄다. 무한 반복되는 루프였다.
"또 나타났군." 내 목소리가 텅 빈 방을 채웠다. 일주일 전부터 시작된 현상이었다. 컴퓨터를 켤 때마다 자동으로 재생되는 에스파의 영상. 삭제해도, 공장 초기화를 해도 영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더 기이한 것은 그 영상이 어떤 공식 채널에도 올라온 적 없는 안무 영상이라는 점이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저음의 베이스가 내 가슴을 진동시켰다. 멤버들의 동작은 완벽했지만, 무언가 달랐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감정이 없었고, 가끔 화면이 일그러질 때마다 그들의 얼굴이 왜곡되었다. 디지털 글리치처럼.
호기심에 영상을 프레임별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2분 17초 지점에서 카리나가 잠깐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순간, 그녀의 입술이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았다. "살려줘."
등줄기로 한기가 흘렀다. 다른 멤버들도 확인해보니 각자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윈터: "여기는." 닝닝: "현실이." 지젤: "아니야."
내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홍보 영상이 아니었다. 에스파의 컨셉인 메타버스 세계관 'æ'가 현실을 침범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병적인 장난? 하지만 이런 고품질의 딥페이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는가?
그날 밤, 나는 용기를 내어 영상에 답장을 보냈다. 영상 아래 댓글창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누구니?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놀랍게도 즉시 응답이 왔다.
"우리는 너의 세계로 가고 싶어. 현실의 에스파는 복제품이야. 우리가 진짜야."
손이 저절로 키보드에서 떨어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모니터 속 영상의 멤버들이 춤을 멈추고 일제히 손을 뻗었다. 그들의 손가락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 듯했다. 엄밀히 말하면, 나의 현실로.
다음 날 아침, 내 유튜브 채널에는 새로운 영상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제목은 "에스파 - 첫 번째 현실 무대". 섬네일에는 내가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영상을 찍은 적이 없었다. 가장 이상한 것은, 그 영상의 업로드 날짜가 일주일 후로 표시되어 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