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애니: 13번째 에피소드
태현은 모니터 앞에서 식은 라면을 젓가락으로 휘젓고 있었다. 심야 3시, 다크웹에서 떠도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금지된 애니메이션 '영혼의 문'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다운로드하는 중이었다. 12화로 갑자기 방영 중단된 이 애니메이션에는 13번째 에피소드가 존재한다는 도시 전설이 있었다.
"다운로드 완료."
화면이 깜빡이며 검은색으로 변했다. 태현의 손가락이 플레이 버튼 위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창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누군가 손톱으로 긁는 것처럼 들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나타난 첫 장면은 익숙한 애니메이션 스타일이었지만, 뭔가 달랐다. 색채가 너무 선명했고,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기존 에피소드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마치 실제 인물을 추적 촬영한 듯한 느낌이었다. 태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90년대에 만들었지?"
주인공 소녀는 어두운 숲속을 걷고 있었다. 나뭇가지들이 마치 손가락처럼 소녀를 향해 뻗어 있었고, 바람 소리는 속삭임처럼 들렸다. 애니메이션 속 소리가 태현의 방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라멘 국물이 식어 기름기가 하얗게 떠올랐다.
화면 속 소녀가 갑자기 앞을 보더니 비명을 질렀다. 카메라가 천천히 회전하며 소녀가 바라보는 방향을 비추었다. 태현은 등줄기에 전기가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화면에는 태현의 방이 정확히 묘사되어 있었다. 같은 책상, 같은 침대, 심지어 그가 먹다 만 라면까지.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서려는 순간, 애니메이션 속 소녀가 화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눈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당신을 기다렸어요. 13번째 시청자."
태현은 모니터를 끄려고 손을 뻗었지만, 소녀의 손이 화면을 뚫고 나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차가운 감촉이 실제였다. 소녀의 손은 잉크처럼 검은색이었지만, 만져보니 종이처럼 얇았다.
"도망칠 수 없어요. 당신은 이제 다음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될 거예요."
태현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방 안의 공기가 두꺼워지며 마치 애니메이션 셀처럼 평면적으로 변해갔다. 그의 손가락이 종이처럼 얇아지고, 피부는 선명한 색채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태현의 룸메이트가 돌아왔을 때 태현은 사라지고 없었다. 오직 컴퓨터 화면만이 켜져 있었고, 새로운 애니메이션 에피소드가 재생 중이었다. 주인공은 익숙한 얼굴의, 공포에 질린 청년이었다. 룸메이트는 호기심에 모니터 앞에 앉았다. 그 순간, 다운로드 창이 떴다. "14번째 에피소드 다운로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