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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에스파

출근시간, 에스파를 만나다

매일 같은 8시 42분, 나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 5번 출구 에스컬레이터에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꿈을 꾼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회사에 지각할까 두려워 심장이 터질 듯 뛰는 순간, 익숙한 멜로디가 귓가를 스쳤다. "이제 내 NÆVIS 우리 애들 곁에..."

"저기요, 문 좀 잡아주세요!" 뒤에서 누군가 다급히 외쳤다.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겨우 붙잡았다.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여자는 검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 아래로 보이는 또렷한 눈매가 어딘가 낯익었다.

"감사합니다.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이 목소리, 분명 에스파의 카리나... 아니, 말도 안 돼. 그저 비슷한 거겠지.

"혹시... 칼국수 좋아하세요?" 그녀가 물었다. 엉뚱한 질문에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그녀는 웃음을 지었다. "제가 팬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에요. 출근길에 이어폰으로 저희 노래 듣고 계신 것 같아서."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정말 카리나였다. 나의 출근길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실제로 내 앞에 서 있었다.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바보처럼 웃기만 했다.

"사실 저도 일종의 출근길이에요. 연습실 가는 중이거든요." 그녀가 말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연습실로 향하는 게 때로는 너무 지루해요. 근데 오늘은 조금 특별하네요."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그녀는 모자를 고쳐쓰며 "행운을 빌어요"라고 속삭였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그녀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날 이후, 매일 8시 42분 같은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기다렸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내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달 후, 에스파의 새 앨범이 발매됐고,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는 익숙한 장면이 있었다. 카리나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낯선 사람과 마주치는 장면. 그리고 그 노래의 제목은 "8:42 Elevator"였다.

이제 매일 아침, 나는 지각할 걱정 없이 일찍 출근한다. 그리고 8시 42분, 그 엘리베이터 앞에서 에스파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 서성인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기대를 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