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취업에스파

취업 에스파: 프로필 사진 속 진실

취업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내 이력서 프로필 사진이 에스파의 카리나와 닮았다는 댓글이 달린 건 내가 백 번째 서류 탈락 메일을 받은 날이었다. 처음엔 스팸 댓글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뒤로 이력서를 낸 모든 회사에서 면접 제안이 쏟아졌다. 그것도 하필 내가 지원한 적 없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에서.

"저희가 찾던 바로 그 얼굴입니다!" 한 기획사 담당자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카리나와 윈터를 섞어놓은 듯한 이 비주얼... 당신이 에스파 뉴 멤버로 적합하다고 판단됩니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춤도 노래도 못하는 평범한 마케팅 전공 취준생이었다. 그러나 재밌는 건, 면접에 가면 그들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실망했다. 프로필 사진은 '약간' 보정된 것이었으니까.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날 밤, 이상한 메시지가 왔다. '네가 진짜 ae-카리나구나. 현실 세계로 온 것을 환영해.' 발신자는 '블랙맘바'라고만 되어 있었다. 무시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다른 번호에서 또 메시지가 왔다. '메타버스에서 온 너를 SM이 찾고 있어. 조심해.'

처음엔 장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집 앞에 검은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는 날이 늘어났고, 쇼핑몰에서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나를 주시했다. 어느 날은 지하철에서 누군가 내 귀에 속삭였다. "에스파 멤버들의 아바타가 현실 세계로 넘어오고 있어. 당신이 첫 번째야."

공포에 질려 집에 틀어박혔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정말 내가 ae-카리나인가? 메타버스에서 빠져나온 디지털 존재? 아니면 단순히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망상일까?

그날 밤, 용기를 내 취업포털에서 내 프로필 사진을 내렸다. 그리고 메이크업을 전부 지우고 민낯으로 새 이력서를 만들었다. 다음 날, 내가 정말 원하던 마케팅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들은 내 경력과 전공을 보고 연락한 것이었다.

면접장에 들어서자 인사담당자가 미소 지었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좋으시네요." 그가 말했다. "근데 혹시... 에스파 노래 좋아하세요? 저희 회사 대표님이 큰 팬이라..."

그 순간 깨달았다. 가면을 쓴 내가 아닌, 진짜 나로서 마주하는 세상이 훨씬 더 흥미롭다는 것을. 메타버스의 완벽한 아바타가 아닌, 결점 있는 현실의 내가 만들어갈 미래가 더 빛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에스파를 가슴 속에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