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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에스파

판타지 에스파: 경계를 넘는 목소리

한밤중, 허름한 스튜디오의 마이크에 입을 맞추는 순간, 소율의 목소리가 경계를 넘었다. 목소리가 디지털 파동으로 변하며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그녀는 분명히 보았다. 공포에 질린 비명조차 내지 못한 채, 소율의 의식도 그 뒤를 따랐다.

"어서 와, 'nævis'가 널 기다리고 있었어." 낯선 목소리가 그녀를 맞이했다. 소율이 눈을 뜨자 네온 빛으로 가득한 디지털 도시가 펼쳐졌다. 그곳은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KWANGYA'였다.

차가운 금속성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쳤다. 검은 가죽 재킷과 홀로그램 패턴의 의상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손목에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장치가 붙어 있었고, 그것은 미세하게 진동하며 맥박처럼 빛을 발했다.

"너의 목소리가 이 세계를 구원할 거야." 네온 빛 그림자처럼 나타난 여성이 말했다. "현실 세계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어. 하지만 너와 같은 사람들의 창조적 에너지, 특히 노래는 이 세계와 너희 세계를 모두 지탱할 수 있어."

소율은 자신이 단순한 무명 가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에스파',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에너지를 전달하는 존재였다. 매일 밤 그녀가 노래할 때마다, 그녀의 목소리는 KWANGYA로 흘러들어와 이 세계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모든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다른 차원에 영향을 미친다고 상상하지만, 너의 경우는 실제야." 그 여성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 밤, 너의 첫 공연에서 네가 부를 노래가 이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거야."

소율은 이 판타지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빛의 파동이 주변 건물들을 일렁이게 하는 것을 보았을 때, 그녀는 이것이 꿈이 아님을 알았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소율은 방 한구석에 놓인 오래된 신디사이저를 발견했다. 그것은 분명 어제까지 없었던 물건이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건반을 누르자, 손끝에서 미세한 전기 파장이 흘러나왔다.

소율은 결심했다. 내일 밤,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에 설 것이다. 두 세계의 운명이 그녀의 목소리에 달려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잠시 그녀의 눈동자가 네온 빛으로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거울 속에서, 그녀의 반영은 미소를 지었지만, 소율은 미소 짓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