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호러: 블랙맘바의 저주
거울 속에서 내 얼굴이 사라졌다. 대신 보이는 것은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 창백한 피부, 그리고 나를 향해 천천히 커지는 미소. 내가 아닌 무언가가 거울 속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든 것은 내가 에스파의 콘서트 티켓을 얻은 그날부터 시작됐다. 팬으로서 꿈에 그리던 순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악몽의 시작이었다. 콘서트장 근처의 작은 골목에서 한 노인이 내게 다가왔다. "네가 선택받았구나," 그녀는 내 손에 작은 검은색 목걸이를 쥐어주었다. "이것은 네버랜드로 가는 열쇠야. 그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난 그저 열성 팬에게 주는 홍보용 기념품이라 생각했다. 콘서트 당일, 나는 그 목걸이를 착용하고 관객석에 앉았다. 에스파의 'Black Mamba'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위 불빛이 이상하게 깜빡였고, 카리스마 넘치는 그들의 퍼포먼스에 집중하던 중 나는 이상한 현기증을 느꼈다. 무대 위 멤버들이 눈을 마주칠 때마다 그들의 동공이 뱀처럼 세로로 길어지는 것 같았다.
콘서트가 끝난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처음으로 내 방 거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내 움직임이 살짝 늦게 따라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거울 속 내 모습은 미세하게 달라졌다. 눈이 더 커 보였고, 피부는 비현실적으로 완벽해졌다.
삼일째 되는 날, 목걸이를 빼려고 했지만 빠지지 않았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이제 내가 아니었다. 그것은 에스파의 멤버처럼 보였다가, 순식간에 뱀의 얼굴로 변했다가를 반복했다. 밤에는 휴대폰에서 'Black Mamba'가 저절로 재생되었고, 누군가 내 이름을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아침, 거울을 통해 본 내 방은 더 이상 내 방이 아니었다. 그곳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이 뒤섞인 공간, 에스파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그 '에스파 월드'였다. 그리고 거울 속의 존재는 이제 완전히 내 모습을 했지만, 그것은 확실히 내가 아니었다.
"네 자리를 내가 가져갈게." 거울 속 존재가 말했다. "넌 이제 내 아바타야. 현실은 내게 줘."
손을 뻗어 거울을 만지자 유리가 물처럼 일렁였다. 차가운 감각이 내 손가락을 타고 올라왔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거울 쪽으로 끌려갔다. 그 순간 깨달았다. 블랙맘바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경고였다. 우리 세계로 침투하려는 무언가에 대한 경고.
지금 나는 거울 속에 갇혔다. 바깥세상에서는 거울 밖으로 나온 '그것'이 내 삶을 살고 있다. 때때로 나는 그것이 내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본다. 완벽하게 나를 흉내 내지만, 아무도 그 미소 뒤에 숨은 뱀의 눈동자를 보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 그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에스파의 다음 콘서트에서, 또 다른 '선택받은' 팬이 생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