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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자기계발

호텔의 방 410호: 자기계발의 비밀 숙소

내가 투숙한 호텔 410호실의 옷장에는 이전 투숙객이 남긴 자기계발서가 놓여 있었다. 그것도 무려 스물세 권이나. 책 속에는 빽빽한 밑줄과 메모가 가득했다. 누군가의 간절함이 손끝에서 번져 나온 흔적들.

창밖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고, 실내에는 호텔 특유의 비누 향과 섞인 종이 냄새가 떠돌았다. 침대 옆 탁자 위에는 호텔 로고가 찍힌 메모지와 볼펜이 놓여 있었다. 그 위에 누군가의 글씨로 "나의 인생이 바뀌는 공간, 410호"라고 적혀 있었다.

호기심에 옷장을 열어 책들을 하나씩 꺼내보았다. '성공의 비밀', '1분 만에 인생을 바꾸는 법', '부의 계단을 오르는 방법'... 제목도 다양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든 책의 첫 페이지에는 같은 글씨체로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었다. '박진우, 2023년 4월 10일'. 모두 똑같은 날짜, 그리고 이 방 번호와 일치하는 날짜였다.

책장을 넘길수록 진우의 삶이 조금씩 그려졌다. 처음에는 희망에 차서 빨간 펜으로 열심히 밑줄을 그었다가, 중간부터는 질문과 의문이 가득한 파란 펜의 메모들, 그리고 마지막 몇 권의 책에는 검은 펜으로 "이것도 안 된다", "또 실패"라는 절망적인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이 방을 떠나기 전, 진우는 왜 이 모든 책을 버리지 않고 남겨둔 걸까?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짐이 너무 무거워서?

다음 날 아침, 프론트에서 이전 투숙객에 대해 물어보았다. "박진우라는 분이요? 네, 그분은 매년 4월 10일에 이 방을 예약하세요. 7년째 이어오고 계신데, 올해는 오시지 않았어요."

충격에 호텔 로비의 소파에 앉았다. 그 순간, 메일 알림이 울렸다. 출판사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내가 보낸 소설 원고가 통과되었다는 소식. 그리고 출판 예정일은 4월 10일이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책들을 살펴보았다. 마지막 책의 맨 뒷장에 작은 글씨로 적힌 메모를 발견했다. "성공이란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7년간의 실패가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 - 박진우, '성공한 척하는 법' 저자"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오늘부터 나도 이 호텔 방에서 나만의 자기계발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마도 진우는 자신의 책이 출간된 후, 더 이상 이 방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침대 옆 메모지에 적었다. "누군가의 끝은 다른 누군가의 시작이 된다. 410호에서,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