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간식: 진짜 트레이너의 비밀
피카츄 모양 과자가 바삭하게 씹히는 소리는 10살 때의 나를 다시 불러냈다. 그때 나는 포켓몬 마스터가 될 것이라 확신했었다. 현실은? 서른 살 편의점 야간 알바생이 되었지만.
"김 과장님, 이번 주 매출 보고서 좀 보내주세요." 핸드폰 메시지 알림이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피카츄 과자를 하나 더 입에 넣었다.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혀끝에서 퍼졌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포켓몬 카드를 교환하던 그 설렘이 잠시나마 돌아왔다.
편의점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리자몽의 불꽃 공격처럼 반짝였다. 새벽 3시, 손님 하나 없는 이 시간이 나의 비밀스러운 '포켓몬 타임'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이런 작은 도피처를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진열대에서 꺼낸 '몬스터볼 마카롱'을 조심스럽게 까먹으며 생각했다. 빨간색과 하얀색이 교차하는 디자인, 너무 예뻐서 먹기 아까울 정도였다. 벌써 세 번째 박스인데, 슬슬 가계부가 위험해질 것 같았다.
"삐빅."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것은 후드티를 깊숙이 눌러쓴 소년이었다. 설마 강도는 아니겠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 포켓몬 과자 있나요?" 소년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카운터 뒤에 숨겨둔 피카츄 과자를 꺼냈다. "신상 들어왔어. 아직 진열도 안 했는데."
소년의 눈이 반짝였다. 그 눈빛은 너무나 익숙했다. 처음 스타터 포켓몬을 고르던 날의 내 눈빛 같았다.
"형... 혹시 포켓몬 하세요?" 소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했지. 옛날에는." 무심코 대답했다.
소년은 주머니에서 낡은 게임기를 꺼냈다. "저 혼자 하기 심심해서요. 같이 교환 포켓몬 하실래요?"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시간이 역류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카운터 아래 서랍에서 먼지 쌓인 내 게임기를 꺼냈다. 십 년 만에 처음 켜보는 화면에 여전히 내 라이벌의 이름과 배지 컬렉션이 그대로 있었다.
"내 피카츄 레벨 100이야." 나도 모르게 자랑을 했다.
소년의 웃음소리가 편의점을 가득 채웠다. 잠시 후, 우리는 포켓몬 간식을 나눠 먹으며 케이블을 연결했다. 밤새 포켓몬을 교환하고, 배틀을 하고, 그 시절 전설 같은 공략법을 알려주었다.
새벽이 밝아올 무렵, 소년은 학교에 가야 한다며 일어났다. "형, 다음에 또 올게요!"
문이 닫히고, 고요함이 돌아왔다. 피카츄 과자 부스러기만 남은 테이블 위에 내 게임기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출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편의점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게임기를 끄지 않고 카운터 옆에 두었다. 어쩌면 진짜 포켓몬 마스터가 되는 길은 게임 속에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처럼 간식을 나누고 추억을 공유하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