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고백
"영화 속 고백 장면 같은 걸 기대했다면, 정말 미안해."
그가 말했을 때, 서울 한강공원의 벤치에 앉아있던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막 퇴근한 직장인들이 달리기를 하는 강변 산책로, 석양에 물든 한강의 붉은 물결, 그리고 옆에 앉은 10년 지기 친구 민수. 이 모든 것이 너무나 클리셰 같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버스커의 기타 소리가 우리의 정적을 채웠다.
"기대 같은 건 안 했어." 내가 말했다. 거짓말이었다. 물론 기대했다. 그는 '중요한 얘기가 있다'며 퇴근 후 만나자고 했고, 장소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이 한강공원이었다. 모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법칙에 따르면, 이건 분명 고백이어야 했다.
"3년 전 우리가 본 그 영화 기억나? '너에게 가는 길'." 그가 물었다.
물론 기억났다. 우리는 그 영화를 보고 나와 밤새 토론했었다. 주인공이 오랜 친구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 민수는 "저렇게 화려하게 고백하면 부담스럽지 않을까?"라고 했고, 나는 "하지만 진심이 느껴지잖아"라고 반박했다.
"기억나." 내가 대답했다.
"난 그때 생각했어.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고백할 때, 영화처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내 심장이 빨라졌다. 이건 정말 고백의 서막인가?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잠시 강을 바라보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 "사실 이건... 영화 시나리오야. 내가 쓴 첫 작품."
종이를 받아든 나는 제목을 읽었다. '고백하지 못한 날들'.
"난 평생 영화 감독이 되고 싶었어. 너도 알잖아. 하지만 부모님 반대로 경영학과에 갔고, 지금은 회사원이 됐지. 하지만... 그만두기로 했어. 영화학교에 지원했고, 합격했어."
그의 눈에서 빛이 났다. 10년 동안 본 적 없는 빛이었다.
"이게 네 고백이었어?" 내가 물었다.
"응. 내 진짜 꿈에 대한 고백. 영화는 늘 내 인생의 일부였지만, 인정하기 두려웠어. 이제야 용기를 냈어."
해가 완전히 지고 한강의 밤 풍경이 펼쳐졌다. 강 건너편 빌딩들의 불빛이 물에 반사되어 춤을 추었다.
"그래서 네가 첫 번째로 보여주고 싶었어?"
"당연하지. 넌 내 첫 관객이잖아."
그때 깨달았다. 진짜 고백은 늘 영화같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사랑보다 더 깊은 고백이 있다는 것을.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감동이야.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내가 말했다.
"뭔데?"
"이 시나리오... 주인공의 모델이 누구야?"
그는 미소지었다. "그건... 속편에서 밝혀질 예정이야."
우리의 웃음소리가 한강 위로 퍼져나갔다. 때로는 가장 중요한 고백이 사랑에 관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도, 어쩌면 우리만의 영화 한 장면처럼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