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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영화

재회의 영화관

그날, 낡은 영화관의 출입문이 삐걱거리며 열렸을 때, 나는 인생이 때로는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작가라는 것을 깨달았다. 십 년 만에 돌아온 고향, 빗줄기가 거세게 내리치는 밤에 우연히 들어선 이곳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줄은 누가 알았을까.

"일반 1매요." 매표소의 서리한 유리창 너머로 티켓을 건네받으며, 홀로 남은 자리가 스크린 바로 앞이라는 점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된 영화관 특유의 카펫 냄새와 팝콘 향이 뒤섞인 공기를 들이마시며 상영관으로 들어섰을 때, 이미 불은 꺼져 있었고 오프닝 크레딧이 흐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자리를 찾아 앉으며 누군가의 어깨에 우산을 떨어뜨렸다. "죄송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사과하는데, 그 순간 스크린의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유진이었다. 열여덟의 나와 함께 이 영화관에서 첫 데이트를 했던, 그리고 내가 서울로 떠나던 날 이별을 고했던 그 유진.

"민수?" 그녀의 목소리는 열 해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우리는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다만 스크린에 비치는 빛에 따라 변하는 그녀의 옆모습을 훔쳐보았을 뿐. 영화 속 주인공이 사랑을 고백할 때, 그녀의 눈가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빛났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아직도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조명이 켜졌을 때,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재밌는 영화였네." 그리고는 떠나려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같이 커피 한잔 할래?" 질문에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관 옆 작은 카페에서 우리는 열 해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이제 이 영화관의 주인이었다. 도시 개발로 헐릴 위기에 처한 이곳을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 상영작을 고르고 있어. 이곳의 마지막이 특별했으면 해."

말을 마친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의 이별도, 이 영화관의 폐관도, 모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엔딩 크레딧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도울 수 있을까?" 내 질문에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삼 개월 후, 영화관은 '재회'라는 이름의 독립영화제를 열었다. 그날 상영된 마지막 작품은 내가 그녀와의 추억을 담아 만든 단편영화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관 스크린에 비친 불빛 아래 우리가, 그러니까 실제의 우리가 관객석 한가운데 키스하는 모습이 담겼을 때, 객석은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다.

오래된 영화관은 결국 살아남았고, 우리의 사랑도 그랬다.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재회가 낡은 필름처럼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 인생의 엔딩 크레딧은 다시 오프닝 크레딧으로 바뀌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