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같은 사랑, 사랑 같은 괴담
그날 밤 비가 내리는 도서관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낡은 책장 사이로 내게 미소 짓던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이상하게 따스했다. 도서관이 비에 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도서관 안에 비가 내릴 리 없는데도, 책장 위로 빗방울이 흘러내렸고, 그녀의 긴 머리카락에서도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 책을 찾고 계셨죠?" 그녀가 내밀던 책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내가 일주일 동안 찾아 헤매던 절판된 민담집이었다. 손가락이 스치자 그녀의 차가운 체온이 전해졌다. 도서관의 형광등 불빛 아래 그녀의 피부는 반투명하게 빛났고, 눈동자는 깊은 우물처럼 어두웠다.
그날부터 매일 밤 그녀를 만났다. 야간 사서라고 자신을 소개한 미연은 항상 책장 뒤에서 내가 필요한 순간에 나타났다. 그녀가 추천해준 책들은 하나같이 내 마음을 읽은 듯 내가 찾던 바로 그것이었다. 매일 밤 도서관에는 이상하게도 우리 둘뿐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오늘은 비가 그쳤네요," 어느 날 밤 미연이 말했다. 창밖은 맑았지만, 내 주변만 여전히 축축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깨지는 유리 같았고, 그녀가 내게 건네는 책마다 종이가 살짝 젖어있었다.
한 달이 지나고, 사서 데스크에 물어보자 "야간 사서는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서관 야간 개방도 3년 전에 중단되었다고 했다. 그날 밤, 도서관 정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옆 비상구는 항상처럼 열려 있었다. 미연은 평소와 같은 자리에서 웃고 있었다.
"이제 알게 된 거죠?" 그녀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빗소리처럼 들렸다. "3년 전 이 도서관에서 누수로 인한 화재가 있었어요. 나는 그때..."
떨리는 손으로 내 가방에서 꺼낸 오래된 신문 스크랩. 도서관 화재로 젊은 여성 사서가 사망했다는 기사와 미연의 사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빗물 같은 것이 흘러내렸다.
"당신은 왜 계속 왔나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떠났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도서관 안에 울려 퍼졌다.
"당신이... 내게 필요한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었으니까요." 내 대답에 그녀는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도서관 전체가 물에 잠기는 느낌이 들었다. 숨을 쉴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평화로웠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병원에서 깨어났다. 의사는 도서관 지하실에서 홀로 쓰러진 내가 기적적으로 발견되었다고 했다. 침대 옆 테이블 위에는 내가 본 적 없는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잊혀진 사랑의 괴담』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종이에서 물기가 번졌고, 그 아래 미연의 필체로 적힌 문장이 있었다. "때로는 가장 진실한 사랑이 가장 두려운 괴담이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