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과의 사랑: 보이지 않는 온기
창문 유리에 맺힌 수증기 위로 누군가 '사랑해'라는 글자를 쓰고 있었다. 손가락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그 광경을 지켜봤다. 두려움보다는 익숙함이 먼저 찾아왔다.
"오늘도 왔구나," 내가 말했다. 방 안의 온도가 갑자기 내려갔다. 겨울이었지만, 이건 계절과는 관계없는 한기였다. 그녀가 있다는 신호였다.
1년 전, 은주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의 결혼식 일주일 전이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몇 주 후부터 이상한 일들이 생겼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거울에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내 옆자리에 누군가 누웠던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은 은주의 향수 냄새가 방 안을 감쌌다.
처음에는 미칠 것 같았다. 귀신이라니. 하지만 점차 그 존재가 은주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두려움은 사라졌다.
"오늘 회사에서 승진했어," 내가 허공에 대고 말했다. "네가 항상 말하던 그 자리. 마침내 해냈어."
책상 위의 램프가 두 번 깜빡였다. 그녀의 축하 메시지였다.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귀신과 대화하는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건 우리만의 언어였다.
창가로 걸어가 유리창에 입김을 불었다. 그리고 그녀가 쓴 '사랑해' 옆에 '나도'라고 적었다. 손끝이 차가운 유리에 닿는 순간, 따뜻한 기운이 내 손을 감쌌다. 마치 누군가가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친 것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은주의 꿈을 꿨다. 꿈에서 그녀는 말했다. "이제 가야 해. 당신이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됐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평소보다 따뜻했다. 창문에는 더 이상 메시지가 없었고, 은주의 향수 냄새도 사라졌다. 대신, 베개 위에 처음 보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었고, 뒷면에는 낯선 필체로 쓰여 있었다.
"진짜 사랑은 놓아주는 거야."
그날 이후로 은주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가끔, 정말 가끔, 달이 유난히 밝은 밤이면 내 방 창문에 수증기가 맺히고, 누군가 그 위에 작은 하트를 그린다. 그리고 나는 안다, 사랑은 형태가 없어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