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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사진

날씨를 담은 사진: 그 순간의 진실

비가 멈추자 세상이 모두 투명해졌다. 낡은 카메라를 목에 건 채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는 민수의 발걸음에는 오늘만큼은 리듬이 있었다. 쏟아지던 폭우가 그친 자리에 남겨진 도시는 마치 누군가 반짝이는 유리를 덮어씌운 것처럼 모든 것이 선명했다. 빗물에 씻긴 아스팔트가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완벽한 날씨야." 그가 중얼거렸다. 3년 차 기상 사진작가로서, 민수는 날씨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오늘 그가 찾던 것은 '비 온 뒤의 도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골목을 돌아 옛 동네에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30년 된 낡은 이발소, 어린 시절 라면을 사 먹던 구멍가게, 그리고 골목 끝 자신이 태어난 집. 하지만 그 자리에는 이제 거대한 공사장 펜스만이 남아있었다. 재개발의 흔적이었다.

민수는 카메라 파인더에 눈을 바짝 댔다. 펜스 틈으로 보이는 무너진 집의 잔해, 그 위로 쏟아지는 햇살, 그리고 옥상에 남겨진 어머니의 화분 하나.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함께 이사 나온 후 처음 찾은 집이었다.

찰칵. 그는 셔터를 눌렀다. 다시 한 번 찰칵. 그리고 또 찰칵.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사진 찍으세요?"

민수는 고개를 돌렸다. 낡은 우산을 든 할머니가 서 있었다.

"네, 날씨가 좋아서요."

"저기가 자네 집이었지?"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묻어있었다.

"어... 네. 어떻게 아셨어요?"

"그 옥상 화분을 가끔 물 주러 올라가는 사람이 바로 자네 아버지야. 어제도 왔다 갔어."

민수의 손에서 카메라가 미끄러질 뻔했다. 아버지는 3년 전 이사한 후 한 번도 이 동네를 찾지 않았다고 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너무 아파서라고.

"실은 말이야, 자네 아버지가 매주 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화분에 물 주고, 사진도 몇 장 찍어가. 어머니와 자네가 함께 찍힌 사진을 항상 들여다보더라고."

민수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날씨를 담는 사진을 찍게 된 이유, 특히 비 온 뒤의 풍경에 집착했던 이유를. 어머니는 항상 "비가 그친 후의 세상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씀하셨다.

민수는 카메라를 다시 들어올렸다. 이번에는 화분만을 프레임에 담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번 주말에 아버지와 함께 와야겠어요."

그날 저녁, 민수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현상된 사진들을 벽에 붙였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촬영한 '비 온 뒤의 도시' 시리즈 옆에, 아버지가 몰래 찍어 서랍에 간직해둔 날씨 사진들을 나란히 붙였다. 아들과 아버지의 사진들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같은 각도, 같은 시간, 다른 날씨의 기록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을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