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마지막 사진
사진첩을 펼치자 먼지가 떠올랐다. 내 기억처럼 희미하게. 노란빛이 감도는 교실 풍경 속에서 나는 언제나 맨 뒷줄 구석에 서 있었다.
그때의 나는 창백했다. 학교 교복은 언제나 한 치수 큰 것을 입었고, 카메라를 들이댈 때마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찰칵, 셔터 소리가 울릴 때마다 나는 조금씩 지워지는 기분이었다. 운동장의 뜨거운 아스팔트 냄새, 분필 가루 섞인 교실의 먼지, 급식실에서 풍겨오는 고기국물 향. 이 모든 것들은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정작 내 얼굴은 사진 속에서조차 흐릿했다.
"성현아, 이거 네 옛날 사진첩이지?" 아내가 다가와 물었다. 손가락으로 교실 단체사진을 가리켰다. "여기 너 있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거기 나 없어."
아내는 웃었다. "무슨 소리야. 여기 맨 뒷줄 구석에 있잖아. 너 맞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얼굴, 어딘가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 분명 내가 맞는데, 나는 그 모습을 나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학창 시절, 나는 사진에 찍히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것이 나의 불행한 순간들을 영원히 증명하는 증거물이 될 것 같았다. 매일 같이 당하던 괴롭힘, 무시, 소외감. 그 모든 순간들이 사진 속에 갇혀버릴까 봐.
"학교 졸업하고 찍은 사진은 없어?" 아내가 페이지를 넘기며 물었다.
"없어. 마지막 졸업사진이 이거야."
사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졸업식 날, 모두가 떠난 후 빈 교실에서 내가 직접 타이머를 설정해 찍은 사진. 그 사진에서 나는 처음으로 웃고 있었다. 홀로 남은 교실에서, 누구의 시선도 없이,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
아내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사진첩을 덮었다.
"저녁 먹으러 가자.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우리 애랑 함께 사진관 가볼까? 가족사진 찍자."
아내는 놀란 표정을 짓다가 미소 지었다. 나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들을 더 이상 피하지 않기로 했다. 그 마지막 학교 사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오늘 밤, 사진첩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시 열어볼 생각이다. 내일의 새로운 사진을 위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