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되돌아간 학교
먼지 쌓인 다락방 상자에서 오래된 학교 앨범을 발견한 순간, 내 손끝이 떨렸다. 스물다섯 년 전, 내가 지우려 했던 모든 기억이 봉인된 채로 그곳에 있었다.
앨범을 펼치자 교실 창문으로 쏟아지던 오후의 햇살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오랫동안 고정된 사진 속에서도 분필 가루는 여전히 공기 중에 부유하는 듯했고, 목 졸라맨 교복 넥타이의 답답함이 다시 느껴졌다. 3학년 4반, 창가 세 번째 자리에 웃고 있는 얼굴은 분명 나였지만, 어딘가 낯설었다.
"정우야, 진짜 괜찮은 거 맞지?" 선생님이 걱정스레 물었던 그날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사진이 찍히기 직전, 내 뺨에 선명했던 멍 자국을 가리기 위해 선생님이 직접 내 얼굴에 파우더를 발라주셨다. "학교 앨범에는 웃는 얼굴로 남아야지."
페이지를 넘기자 체육대회 사진이 나왔다. 이어달리기에서 우승한 우리 반, 모두가 환호하는 가운데 나만 어색하게 서 있다. 그날 아침 아버지의 술병이 벽에 깨져 흩어진 파편으로 다친 발목을 감추려 애썼던 기억이 생생했다. 친구들은 내가 달리기를 못한다고 놀렸지만,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졸업 사진 페이지에서 멈췄다. 앞줄 가운데 앉아계신 담임 선생님의 손이 내 어깨에 얹혀있다. 그때 처음으로 누군가의 손길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우는 참 용감한 아이야.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지나갈 거야." 졸업식 날 귓속말로 하셨던 그 말이 내 인생을 바꿨다.
앨범 마지막 장, 교문 앞에서 찍은 사진. 그때는 몰랐다. 학교를 벗어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사진 뒷면에는 담임 선생님의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정우에게, 언젠가 이 사진들을 다시 보며 웃을 수 있길 바라며."
나는 천천히 앨범을 닫았다. 내일은 20년 만에 모교를 찾아 새로운 교사로 첫 출근하는 날이다. 아픔을 가리기 위해 억지로 지었던 미소는 이제 진짜가 되어 내 얼굴에 자리 잡았다. 다락방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속에서,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나 같은 아이들을 위해, 사진 속에 감춰진 진실을 볼 수 있는 선생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