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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추리

남사친의 추리: 우정을 푸는 미스터리

그녀의 방은 언제나처럼 반쯤 열린 채였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침묵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유리가 좋아하는 재즈 음악이나 키보드 타건 소리가 들렸을 텐데. 나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고, 그 순간 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바닥에 흩어진 흰 종이들, 깨진 머그컵 조각들, 그리고 책상 위의 노트북은 여전히 파란 화면을 띄운 채 빛을 내고 있었다.

"유리야?" 내 목소리는 텅 빈 방에 메아리쳤다. 유리와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웃으로 자랐고, 대학에 와서도 같은 아파트 단지에 방을 얻었다. 남자인 내가 여자 방에 드나드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일상이었다. 남사친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편안할 수 있다는 걸 유리 덕에 알게 됐다.

책상 위 머그컵 파편 사이로 보이는 갈색 얼룩. 커피일까, 아니면... 아니, 그럴 리 없다. 나는 냉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방을 살폈다. 유리의 스마트폰은 침대 위에 놓여 있었고, 화면에는 마지막으로 연 메시지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문제를 풀었어. 모든 게 분명해졌어. 지금 바로 그를 만나러 갈게.'

유리는 범죄심리학과 학생이었다. 최근 그녀는 어떤 미해결 사건에 집착하고 있었다. 오래된 대학 캠퍼스 실종 사건. 15년 전, 한 여학생이 갑자기 사라진 사건을 그녀는 졸업 논문 주제로 삼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를 만나러' 간다는 건지?

책상 서랍을 열자 그녀가 정리해둔 사건 파일이 나왔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 쳐진 이름 하나. '김교수'. 우리 학과의 원로 교수님이었다. 15년 전, 그는 막 부임한 신임 교수였다는 메모도 함께.

순간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유리의 논문 지도교수인 김교수. 그녀가 발견한 것은...

전화벨이 울렸다. 디스플레이에는 '김교수님'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여보세요?"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민준이구나. 유리 못 봤니? 논문 피드백을 주려고 하는데 연락이 안 되네."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부드러웠다.

"모르겠습니다. 저도 찾고 있어요." 나는 침착함을 가장했다.

"그래? 오늘 저녁에 연구실로 오기로 했는데. 혹시 연락되면 알려줄래?"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유리의 노트북으로 달려갔다. 비밀번호는 우리의 초등학교 입학 날짜였다. 화면이 켜지고, 열려 있던 이메일이 나타났다.

'민준아, 이걸 보고 있다면 내가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다는 뜻이야. 교수님이 15년 전 그 사람이야. 증거를 찾았어. 모든 파일은 너의 이메일로 전송했어. 내가 틀렸길 바라.'

손이 떨렸다. 나는 내 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김교수와 실종된 여학생의 관계를 증명하는 오래된 사진들과 문서가 있었다. 이제 내 차례였다. 유리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15년 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것.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친구를 구하기 위해 가장 위험한 추리 게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가끔은, 남사친이라는 평범한 관계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