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그림자, 재회의 함정
서랍 속에서 발견한 노란 편지 봉투는 15년 전 그녀가 떠나던 날의 냄새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옅은 라벤더 향과 잉크의 까만 자국. 내가 형사가 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연씨, 15년 만에 서울에 왔어요. 만날 수 있을까요?" 문자는 짧았지만, 내 심장은 기관총처럼 요란하게 뛰었다. 가을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내 혼잣말을 삼켰다. "그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자."
카페에 들어서자 그녀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여전히 검은 머리카락, 여전히 왼쪽으로 기울어진 미소. 하지만 눈가의 주름은 낯설었다. 시간은 그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래 기다렸어," 그녀가 말했다. 15년을 기다렸다는 건지, 카페에서 몇 분을 기다렸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사건은 해결됐어." 내가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슨 말이야?"
"네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그 사건. 네가 떠난 진짜 이유."
그녀의 손가락이 커피잔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창밖으로 비가 더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이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로 일그러져 보였다.
"그날 밤, 네 아버지의 서재에서 일어난 일. 네가 떠나기 직전에 조사하던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었어." 내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가슴은 폭풍우였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어떻게 알았어?"
"형사가 됐으니까. 너를 찾기 위해." 이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나를 체포하러 온 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니. 진실을 확인하러 왔어. 네 아버지를 죽인 건 네가 아니라 네 어머니였다는 걸."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증거물 봉투에서 작은 금색 반지를 꺼냈다. 그녀의 어머니가 항상 끼고 다니던 것.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유일한 단서.
"하지만 네가 모든 걸 뒤집어썼지. 너의 어머니를 위해서. 그리고 도망쳤어."
"밝혀냈으면 이제 어쩔 거야?" 그녀가 물었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는지, 아니면 단지 미해결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일 뿐인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
"증거는 이미 모두 사라졌어. 네 어머니도 3년 전에 돌아가셨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15년 전 사건의 공소시효는 지났어."
그녀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쳤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그럼 왜...?"
"난 단지 알고 싶었어. 네가 정말 날 사랑했는지, 아니면 내가 수사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연기였는지."
그녀는 대답 대신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15년 전과 똑같은 따뜻함.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접촉. 추리는 끝났지만, 이 재회가 새로운 시작인지 아니면 또 다른 함정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