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포켓몬 비밀: 그가 선택한 마지막 배틀
아내가 죽은 남편의 서랍을 정리하던 날, 나는 우리 결혼생활 십오 년 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했다. 낡은 포켓몬 트레이너 케이스, 그 안에는 색바랜 여덟 개의 체육관 배지와 함께 손때 묻은 포켓몬 카드 한 벌이 고이 접혀 있었다.
"당신이... 포켓몬 트레이너였어요?" 내 목소리가 텅 빈 서재에 메아리쳤다. 차가운 먼지 냄새와 그의 향수 흔적이 공기 중에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나는 케이스를 열었다. 첫 번째 카드는 '피카츄'. 카드 뒷면에는 작은 글씨로 '우리 아들에게, 7살 생일에'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두 번째 카드는 '이상해씨', 뒷면에는 '어서 자라거라, 내 아들아'. 그리고 날짜—우리가 결혼하기 5년 전이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손끝이 저릿했다. 남편은 매년 두 번, 출장을 갔었다. "일 때문에"라고 했다. 17년 동안. 결혼 전부터.
나머지 카드들을 하나씩 뒤집었다. 각 카드마다 아들의 성장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꿈, 학교, 사랑, 실패, 성공... 마지막 카드는 '리자몽'이었다. 뒷면에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이제 네 배틀을 시작할 때야.'
마지막 메시지는 두 달 전, 남편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쓰러지기 일주일 전에 쓰여진 것이었다.
전화기를 들고 남편의 연락처를 뒤졌다. 이전에는 한 번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름을 발견했다. '미즈노 트레이너'.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당신 아버지에 관해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당신이... 아버지의 다른 가족인가요?"
창밖으로 떨어지는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와 내가 처음 만났던 봄날과 같은 풍경이었다.
"네 아버지는..." 목이 메었다. "네 아버지는 마지막 배틀에서... 포기하지 않았어. 끝까지 싸웠단다."
전화기 너머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알고 있어요. 그는 최고의 트레이너였으니까요."
나는 그날 밤, 남편의 포켓몬 카드를 가슴에 안고 잠들었다. 이제 나도 새로운 배틀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었다. 17년 동안 나만의 세상에서 살았던 여자와, 두 세계 사이에서 살았던 남자의 진실을 찾아가는 배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