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의 마지막 사랑
눈이 마주쳤을 때, 그때 이미 나는 졸업을 앞둔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도서관 창가에 앉아 봄빛을 등진 그녀의 실루엣은 4년간의 대학 생활 중 가장 강렬한 이미지로 내 망막에 새겨졌다. 오래된 책장 사이로 스미는 먼지 냄새와 함께, 그녀가 넘기는 페이지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렸다.
"졸업하면 뭐 할 거예요?" 그녀가 첫 데이트에서 물었다. 캠퍼스의 벚꽃 잎들이 우리 주위를 맴돌며 춤을 추었고,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그녀의 머리카락에 걸린 꽃잎을 조심스레 떼어냈다. 대학교라는 시간과 공간은 우리에게 안전한 울타리였다. 그 울타리 밖의 세계를 생각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우리의 사랑은 숙제 제출 마감일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도서관에서의 밤샘 공부, 학식을 나누어 먹던 순간들, 축제 때 어깨에 기대어 듣던 밴드 공연, 그리고 기말고사를 마친 후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바라본 별들. 대학교라는 소우주 속에서 우리는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을 키웠다.
"우리, 졸업하고 나서도..." 그녀가 말을 꺼냈지만, 나는 검지를 그녀의 입술에 살짝 대며 말을 막았다. 현실을 직면하기가 두려웠다. 그녀는 서울로, 나는 부산으로 취업이 결정된 상태였다. 우리의 대학교 사랑은 마치 학기가 끝나면 반납해야 하는 도서처럼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졸업식 전날, 우리는 처음 만났던 도서관에서 마지막 데이트를 했다. 그때는 이미 알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커플들이 그러하듯, 우리도 '대학교 커플'이라는 레이블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것을. 그녀의 손을 잡고 캠퍼스를 한 바퀴 돌면서, 나는 이 모든 순간들이 언젠가는 흐릿한 추억으로만 남을 것임을 직감했다.
"가끔은 졸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녀가 속삭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학교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면 우리의 사랑도 함께 증발할 것이라는 잔인한 진실을 우리 둘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가끔 그 도서관을 지나친다. 새로운 학생들로 가득 찬 그곳에서 우리의 흔적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학교에서의 그 사랑은, 마치 책 속에 끼워둔 오래된 책갈피처럼, 내 기억 어딘가에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다. 대학교와 사랑은, 결국 둘 다 끝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