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의 그림자: 추리게임의 끝
처음 그 편지를 받았을 때, 난 이것이 내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낡은 봉투에 담긴 종이 한 장은 단순했다. "캠퍼스 다섯 군데에 숨겨진 단서들을 찾아라. 그러면 20년 전 사라진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글씨체는 마치 오래된 타자기로 찍어낸 듯했고, 종이 끝에는 희미한 커피 자국이 묻어있었다.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 졸업 논문에 허덕이던 내게 이 편지는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이었다. 추리소설을 전공한 문예창작과 학생으로서, 이건 마치 내가 읽어온 모든 소설이 현실이 된 것 같았다. 첫 단서는 중앙도서관 지하 보관실의 낡은 대학 연감 속에 있었다. 1999년도 연감의 138페이지, 한 학생의 얼굴에 붉은 잉크로 X표가 그어져 있었다.
봄비가 내리는 캠퍼스는 흐릿한 안개에 휩싸였다. 도서관에서 인문대로, 인문대에서 과학관으로 - 단서를 따라갈수록 이야기는 선명해졌다. 20년 전, 한 물리학과 조교가 실종되었다. 공식 기록상으로는 자퇴 후 행방불명. 하지만 그의 연구 노트와 일기장 조각들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교수님의 연구 결과를 내가 도용했다고? 말도 안 돼. 오히려 그 반대야. 그가 내 이론을 훔쳤어." 낡은 메모지에 써진 조교의 필체는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네 번째 단서, 음악관 지하 연습실의 피아노 아래 숨겨진 녹음 테이프. 그 안에는 두 남자의 언쟁하는 목소리. 물리학 이론에 관한 복잡한 논쟁이 점점 격앙되어 갔다. 마지막에는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침묵.
다섯 번째 단서를 찾기 위해 황량한 공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을 때, 내 심장은 마치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미친 듯이 뛰었다. 비가 내리는 옥상에서 나는 파란 공책 한 권을 발견했다. 방수 비닐에 싸인 그 공책은 마치 오늘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그건 그냥 학생의 장난이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돌아섰다. 은퇴를 앞둔 물리학과 현성 교수가 서 있었다. 그의 눈에는 20년의 비밀이 가라앉아 있었다. "누군가 오래된 캠퍼스 미스터리를 가지고 즐거운 추리게임을 만든 거지. 넌 그냥 졸업 논문이나 마저 쓰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그의 떨리는 손과 피해가는 시선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공책을 펼치자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공책은 진실을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현성 교수의 이름 옆에 붉은 별표가 그려져 있었다.
"교수님, 저는 소설을 씁니다. 하지만 이건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죠." 내 말에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때 깨달았다. 때로는 가장 위험한 추리가 진실에 가장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떤 캠퍼스의 아름다운 외관 뒤에는 수십 년의 어둠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것을.
비가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대학교의 종탑에서 다섯 번의 종소리가 울렸다. 누군가는 졸업을 앞두고 있고, 또 누군가는 20년 만에 마침내 목소리를 되찾으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