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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드라마틱한 영화 같은 우리의 순간

그녀가 떠나던 날, 비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끝없이 내렸다. 창가에 앉아 빗물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의 모습은 마치 어떤 아트하우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누군가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면, 아마 관객들은 '너무 뻔한 클리셰'라고 비웃었을 것이다.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야. 우리가 마주하는 건 완벽한 대본이 아닌 불완전한 현실이라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었다. 6년의 시간이 고작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빗소리가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거실 한켠에 쌓인 그녀의 DVD 컬렉션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 밤, 와인 한 잔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의식처럼 되어 있었다. 그녀는 항상 드라마 장르를 고집했고, 나는 그런 그녀의 취향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슬픈 이야기를 일부러 찾아서 봐?"라고 물으면, 그녀는 "진짜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손을 뻗어 무작위로 한 장을 꺼냈다. '어바웃 타임'. 우리의 첫 데이트 영화였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 그때 그녀는 영화가 끝난 후 "만약 네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면 알 것 같다. 그녀가 "안녕"이라고 말하기 직전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DVD 플레이어에 디스크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익숙한 오프닝 장면이 흘러나왔다. 그때 갑자기 화면이 흔들리더니 정지되었다. 마치 내 인생처럼.

리모컨을 집어 들었지만,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화면은 그대로였다. 결국 플레이어에서 디스크를 꺼내 살펴보니, 가느다란 균열이 디스크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언제 깨진 걸까? 혹시 그녀가 떠나기 전에 일부러 그랬을까? 아니면 그저 우연일까?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의 관계는 드라마도, 영화도 아니었다. 그것은 각본 없이 즉흥적으로 써내려간 하나의 이야기였다. 완벽한 결말이나 감동적인 반전 없이, 그저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내디딘 불완전한 발자국들의 연속.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에 그녀의 이름이 떠올랐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것이 우리 이야기의 새로운 장면의 시작일까, 아니면 그저 에필로그에 불과할까? 영화에서라면 지금 이 순간, 감미로운 배경음악이 흐르겠지만 현실은 그저 빗소리와 내 심장 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전화를 받기 직전,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인생이 드라마나 영화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가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