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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영화: 한 끼의 추억

마지막 식사의 맛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영화감독 윤재는 이 단순한 진리를 죽음 앞에서야 깨달았다.

암 선고를 받고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그날, 윤재는 평생 작업했던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삼각대를 세운 곳은 그가 데뷔작을 구상했던 오래된 낙지볶음 가게 앞. 이제는 LED 간판이 깜빡이는 프랜차이즈 카페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가게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윤재의 마지막 다큐멘터리는 이 질문으로 시작됐다. 그는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대답은 다양했다. 이별 후 혼자 먹은 라면,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사드린 갈비, 시험에 합격한 날 친구들과 나눠 먹은 치킨...

한 주가 지나고, 촬영 분량이 늘어갈수록 윤재의 몸은 빠르게 쇠약해졌다. 하지만 그의 눈은 점점 더 생기를 띠었다. 가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모든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자신이 평생 먹어왔던 음식들을 다시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했다. 어머니의 된장찌개, 첫사랑과 나눠 먹었던 떡볶이, 영화제에서 대상 받던 날 마신 소주.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완성되지 않았다. 윤재가 찾던 최후의 맛, 인생의 정수를 담은 그 한 끼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촬영일, 그는 병원 근처 작은 분식집에 앉아 있었다. 메뉴판을 보며 무엇을 주문할지 고민하는데, 옆 테이블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린 소녀가 엎질러진 김밥을 보며 울고 있었다. 윤재는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마지막 만 원을 꺼냈다. "아가씨, 새 김밥 시켜드릴게요. 대신 같이 먹어도 될까요?" 소녀의 눈물이 그쳤다. 그들은 나란히 앉아 김밥을 나눠 먹었다. 윤재는 카메라를 켰다. 그리고 질문했다.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뭐예요?"

소녀는 김밥을 한 입 베어 물며 웃었다. "지금 이거요! 같이 먹으니까 더 맛있어요."

그날 밤, 윤재는 모든 영상을 편집했다. 다음 날 아침, 그의 병실에서 발견된 것은 완성된 다큐멘터리 DVD와 간단한 메모였다. "맛의 비밀은 기억에 있다. 음식은 영화다. 매 순간이 스크린에 담긴 한 장면처럼 우리의 삶에 맛을 남긴다."

윤재의 마지막 작품 '맛의 기억'은 그가 떠난 후 개봉되어 그의 첫 상업적 성공작이 되었다. 사람들은 영화관을 나오며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그리고 누구와 함께할지를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그들이 가장 그리워할 한 끼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