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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사랑

병원에서 피어난 사랑

죽음의 냄새가 나는 곳에서 사랑이 시작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무균실의 차가운 형광등 아래,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401호 환자의 혈압을 재며 그의 눈을 마주했다.

병원 복도는 언제나 소독약 냄새로 가득했다. 바닥에 닿는 고무 신발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모니터 삐 소리, 때때로 들리는 간헐적인 웃음소리. 이곳에서의 웃음은 항상 어딘가 죄스러운 느낌이었다. 죽음과 고통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행복이란 사치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는 401호에 석 달째 입원 중인 환자였다. 희귀 혈액 질환으로 주기적인 수혈이 필요했고, 내가 담당 간호사였다. 처음에는 그저 차트에 적힌 이름, 몸무게, 혈액형에 불과했다. 그러나 매일 재는 체온과 혈압 사이에서, 우리는 말을 섞기 시작했다.

"간호사님, 오늘은 제 심장이 좀 빨리 뛰는데요."

체온계를 꺼내며 무심코 대답했다. "열이 있나 봐요."

"아뇨, 간호사님이 들어오실 때만 그래요."

그날 이후 체온계는 항상 정상 이상을 가리켰고, 혈압계 수치는 내가 방에 있는 동안만 조금씩 올라갔다.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백혈병 환자들의 삶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그는 내일을 약속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나는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우리의 관계는 처음부터 시한부였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요?" 어느 날 밤 그가 물었다. 수혈을 받는 동안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글쎄요... 아마도 생명과 비슷한 거겠죠. 시작과 끝이 있지만, 그 사이가 중요한."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저는 간호사님이 사랑 같아요. 아픈 곳에 나타나서, 잠시 동안 모든 것을 나아지게 만드는 존재."

병원 규정은 환자와의 사적인 관계를 금지했다. 나는 매일 밤 규정을 어겼다. 그의 병실에 더 오래 머물며, 가끔은 내 휴식 시간에도 찾아갔다. 우리는 죽음의 그림자 아래에서 사랑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그에게 더 이상 내가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 유리창 너머로만 그를 바라보는 나날이 이어졌다.

기적처럼 그는 회복했다. 그리고 퇴원하는 날, 그는 내게 작은 종이를 건넸다.

"병원을 떠나면 저희는 더 이상 환자와 간호사가 아니겠죠."

종이에는 그의 전화번호와 함께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아픔이 사랑을 만들었지만, 이제 우리는 아픔 없이도 사랑할 수 있어요."

지금도 가끔 소독약 냄새가 나는 병원 복도를 걸을 때면,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병원을 죽음과 고통의 장소로만 여기지만, 내게는 사랑이 시작된 곳이라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난 우리의 사랑은, 어쩌면 그래서 더 진실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