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사랑: 삼십 년의 편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서랍 속에서 노란 봉투 서른 개를 발견했다. 각 봉투에는 내 생일 날짜가 정성스레 적혀 있었고, 마지막 봉투에는 "서른 살 생일에 읽으렴"이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처음 편지를 펼쳤을 때, 종이에서는 아버지 특유의 담배와 책장 냄새가 났다. 아버지의 단정한 글씨체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아들아, 네가 태어난 날, 너의 작은 손가락이 내 손가락을 꼭 쥐었을 때 느꼈던 그 벅찬 기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눈물이 글씨를 번지게 했다.
편지들은 내 인생의 타임캡슐이었다. 첫 걸음을 뗀 날, 첫 운동회, 중학교 입학식, 첫 실연의 날까지... 아버지는 내가 몰랐던 순간들을 모두 기록해두셨다. "네가 열여섯 생일에 친구들과 늦게 들어와 몰래 현관문을 열 때, 나는 계단에 앉아 너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하지만 너를 혼내지 않았지. 대신 네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특권을 주셔서 하늘에 감사했단다."
스물다섯 번째 편지에서 아버지의 글씨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때가 아버지가 처음 병원에 입원하셨을 무렵이었다. "오늘 의사가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네가 서른이 될 때까지의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으니까."
엄마는 아버지가 병상에서도 매년 내 생일이 다가오면 편지를 쓰셨다고 말했다. 때로는 진통제의 효과가 떨어져 고통 속에서도, 아버지는 내게 남길 말을 정성스레 적으셨다고 한다. "그것이 너의 아버지가 네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마지막 봉투를 열었다. 서른 살 생일,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아들아,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 나는 이 세상에 없겠지만, 내 사랑은 여전히 너와 함께할 거란다. 부모의 사랑은 그런 거란다. 영원하고, 무조건적이며, 죽음으로도 지울 수 없는." 눈물로 시야가 흐려졌다.
그날 밤, 나는 아버지의 모든 편지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아버지는 내게 정말로 값진 것을 남겨주셨다. 돈이나 재산이 아닌,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아버지의 목소리,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조건 없는 사랑을.
다음 날, 나는 아버지처럼 노란 봉투를 샀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 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였지만, 언젠가 내 아이가 서른이 되는 날,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영원한지 알게 해주고 싶었다.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펜의 감촉이 묘하게 아버지의 체온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