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포켓몬: 기억의 볼을 던지다
아버지의 장례식 날, 오래된 포켓몬 카드 한 장이 관 속에 함께 들어갔다. 낡고 구겨진 '리자몽' 카드였다. 엄마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아버지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빠가 네 어릴 적 포켓몬 카드를 모으셨다는 걸 몰랐니?"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와 함께 게임을 하기 위해서였어."
집으로 돌아온 후, 무거운 발걸음으로 지하실 창고를 뒤졌다. 먼지 쌓인 상자 하나를 발견했고, 그 안에는 내가 열 살 때의 보물들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다. 포켓몬 게임 카세트, 피카츄 인형, 그리고 놀랍게도 아버지의 일기장 한 권.
"오늘도 아들은 포켓몬 얘기뿐이다. 나는 그 게임의 규칙도, 캐릭터들의 이름도 모른다. 하지만 배워야겠다. 아들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것 같다."
일기장을 넘기자 아버지의 서툰 그림들이 나왔다. 포켓몬 이름과 능력을 적어놓은 메모들. 그리고 게임 공략집에서 오려낸 조각들. 아버지는 내 취미를 이해하기 위해 몰래 공부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드디어 아들과 포켓몬 배틀을 했다. 내가 얼마나 서툴렀는지. 하지만 아들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행복했다.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그 아이가 자랑스러웠다."
손이 떨렸다.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떠올랐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포켓몬 배틀. 내가 얼마나 우쭐댔는지. 아버지가 얼마나 진지하게 질문했는지. 그때 나는 아버지가 정말 포켓몬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관심은 포켓몬이 아니라 나였다.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글귀가 가슴을 찔렀다. "아들이 포켓몬 카드를 더 이상 모으지 않는다. 이제 친구들과 농구를 하는 게 더 재미있단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농구 규칙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
상자 구석에서 오래된 몬스터볼 장난감이 나왔다. 버튼을 누르자 불빛이 여전히 깜빡였다. 그 안에는 작은 쪽지가 들어있었다. "우리 아들, 너의 관심사가 무엇이든 아빠는 항상 함께할게."
다음 날 아침, 나는 내 열 살 아들의 방문을 조용히 두드렸다. 그의 책상 위에는 최신 포켓몬 게임이 놓여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건지 가르쳐 줄래?" 내가 물었다. 아들의 눈이 어제의 내 눈처럼 의아함으로 가득 찼다. 나는 아버지가 던졌던 그 기억의 볼을 이제 내 아들에게 던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