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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판타지

비밀의 판타지: 누구나 꿈꾸는 이면의 세계

내 침대 밑에는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 있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비밀이다. 열여덟 번째 생일날 밤, 처음으로 그 문을 열었다.

문손잡이는 차가운 금속 감촉이 아닌,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피부를 만지는 듯했다. 살짝 돌리자 문이 스르륵 열렸고,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달콤한 계피와 숲의 이끼 냄새가 뒤섞인 향기가 흘러나왔다. 그곳은 어둡지 않았다. 형형색색의 빛이 공기 중에 부유하며 방 안을 은은하게 밝혔다.

"들어와도 좋아, 미카."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는 바람결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처럼 부드러웠다.

문을 통과하자 중력의 법칙이 달라졌다. 내 몸은 물속에서처럼 천천히 하강했고, 발이 닿은 바닥은 스펀지처럼 탄력이 있었다. 나무들은 하늘로 자라는 대신 수평으로 뻗어 있었고, 꽃들은 빛을 발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이곳의 모든 것이 현실의 규칙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르게 존재했다.

"환영해, 꿈꾸는 자여." 앞에 나타난 존재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피부는 반투명해서 그 안에서 별들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수천 년간 너를 기다려왔어."

"저요? 왜요?"

"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판타지 세계를 갖고 있어.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 너는 '보는 자'야. 네가 상상한 모든 것이 이곳에 실체화되어 있어."

그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어릴 적 내가 그림책에 그렸던 날개 달린 고양이와 유리로 만든 성, 심지어 밤하늘을 헤엄치는 고래들까지... 내 상상 속 생명체들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별이 빛나는 존재가 내 손을 잡았다. 그 감촉은 따뜻하면서도 전기가 흐르는 듯했다. "이 세계의 비밀을 지켜야 해.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 말하는 순간, 이 세계는 네게서 영원히 사라질 거야."

그날 이후 매일 밤, 나는 침대 밑 비밀의 문을 통해 내 판타지 세계를 탐험했다. 그곳에서 나는 용을 타고 하늘을 날고, 인어와 함께 바다 밑을 여행했다. 현실에서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밤이 되면 나는 세계를 창조하는 신이 되었다.

오늘,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내 방에 찾아왔다. 함께 숙제를 하던 중, 그녀가 내 침대 밑으로 굴러간 펜을 주우려다 말했다. "여기 뭐가 있어... 문 같은데?"

그 순간 내 심장이 멈췄다.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과 가장 친한 친구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은 충동 사이에서, 나는 선택해야 했다. 어쩌면 현실의 친구보다 판타지 세계가 내게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다 - 진짜 판타지는 이 세계가 아니라, 어쩌면 누군가와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