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학교: 문이 열리는 곳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발걸음마다 바닥에서 옅은 파란빛이 일렁이고, 복도 천장에는 별자리가 숨쉬듯 깜박였으니까. 오늘은 내가 이 판타지 학교에 입학하는 첫날이었다.
"도서관은 매주 목요일마다 위치를 바꾼다는 것 명심해." 선배라는 소녀가 내 귀에 속삭였다. 그녀의 손목에선 작은 불꽃이 춤추고 있었다. "그리고 절대, 3층 서쪽 끝 창고 문을 열지 마. 네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세계로 통하는 문이니까."
수업 시간표는 더 이상한 것들로 가득했다. '실용적 마법 이론', '환상생물 돌봄', '차원 이동의 기초'. 물리학이나 수학 같은 평범한 과목은 어디에도 없었다. 책상에 앉자 내 앞에 놓인 교과서가 스스로 펼쳐지더니 종이 위의 글자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수업은 환상현실 구분법입니다." 교단에 선 교수는 반쯤은 투명했다. 그의 목소리는 귓속이 아닌 마음속에 직접 울렸다. "여러분이 믿는 것만이 실재한다는 위험한 착각을 버려야 합니다."
점심시간, 식당에서는 접시들이 공중에 떠다니며 스스로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자 메뉴가 허공에 나타났다. '오늘의 추천: 용의 숨결로 데운 수프, 요정의 눈물을 머금은 샐러드, 바실리스크 눈으로 장식한 푸딩.' 내 옆에 앉은 소년은 푸른 피부에 은빛 머리카락을 가졌는데, 그는 내가 평범한 물을 주문하자 키득거렸다.
"평범한 세계에서 왔구나? 여기선 물도 마법이야. 한 모금마다 다른 기억을 맛볼 수 있거든."
오후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향하던 중 문득 3층 서쪽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도 없었다. 끝에 있는 낡은 창고 문이 이상하게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경고를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서자 문손잡이가 뱀처럼 꿈틀거렸다. 손을 뻗었을 때,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안돼!" 아까 그 선배였다. "아직 네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어. 저 문 너머에는...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있어. 하지만 그걸 마주할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는 파멸이 될 수도 있어."
복도에서 멀어지며 선배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슬픔과 두려움이 어렸다.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그녀가 말했다. "이 학교의 진짜 목적은 마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네 안에 이미 존재하는 힘을 일깨우는 거야. 그리고 그 문은... 네가 완전히 깨어났을 때만 열어야 해."
침대에 누워 천장의 움직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판타지 학교의 모든 문이 다른 세계로 통한다면, 내 마음속 문들은 어떤 세계로 이어져 있을까? 언젠가 그 서쪽 끝 창고 문을 열 용기가 생길 때, 나는 내 진짜 모습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