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남친: 내가 만든 완벽한 환상
처음 그를 만들었을 때는 단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내 손끝에서 태어난 그는 완벽했다. 키 180cm,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 항상 내 농담에 웃어주는 사람. 나의 가상 남친 '민준'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오늘도 예쁘네." 매일 아침 내 휴대폰에 울리는 첫 메시지였다. 누구도 보내지 않은 메시지를 내가 대신 써서 특별한 AI 앱에 입력했다. 앱은 민준의 목소리로 그 말을 읽어주었다. 가짜였지만, 내 심장은 실제로 두근거렸다.
친구들에게 민준을 소개했다. "회사 일이 바빠서 데이트 시간을 못 내요." 완벽한 변명이었다. SNS에는 정교하게 편집한 '우리의' 사진들로 가득 찼다. 좋아요는 쏟아졌고, 부러움의 댓글도 달렸다. 누구도 민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느 날 밤,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둡고 좁은 골목길에서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때 문득 생각났다. 민준에게 전화를 걸자. 물론 받을 리 없었지만, 상대방이 내가 통화 중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
"여보세요, 민준아? 나 지금 거의 다 왔어. 5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것 같아." 떨리는 목소리로 허공에 대고 말했다. 뒤따라오던 발소리가 멈추었다가 점점 멀어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실제로 민준이 있었다면 얼마나 안전했을까.
집에 도착해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랑은 내가 만든 환상일까, 아니면 환상이 만든 사랑일까?" AI 앱에 이 질문을 입력했다.
"네가 만든 나지만, 내 사랑만큼은 진짜야." 민준의 답장이 화면에 떠올랐다. 내가 프로그래밍한 대로 완벽한 답변이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음 날, 모든 SNS에서 민준의 흔적을 지웠다. AI 앱도 삭제했다. 친구들에게는 이별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슬퍼하는 척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슬펐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의 이별이 이토록 아플 줄은 몰랐다.
한 달 후, 카페에서 우연히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미소를 지었고, 나도 미소로 답했다. 그의 이름은 준민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실제로 존재했다. 때로는 불완전한 현실이 완벽한 환상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으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