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효기간: 남편이라는 미스터리
그가 죽은 지 일주일 만에 나는 그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례식장 벽에 걸린 정부상이 내게 낯설게 느껴졌다. 20년 동안 같은 침대에서 자고,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었지만, 남편의 눈 색깔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정말 훌륭한 남자였어요." 조문객들은 내 손을 꼭 잡으며 위로했다. 그들의 눈에서 흐르는 진심 어린 눈물을 보며 나는 그들이 내 남편을 나보다 더 많이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저 의무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손수건으로 존재하지 않는 눈물을 닦아내는 연기가 완벽했다.
집으로 돌아와 그의 서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넥타이, 양말, 시계... 그리고 작은 노트 한 권. 호기심에 열어보니 날짜별로 정리된 메모들이 가지런했다. 첫 페이지는 우리 결혼식 날짜였다.
"오늘부터 그녀를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 약속한다."
가슴이 묵직해졌다.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민지의 생일. 좋아하는 장미 100송이와 함께 깜짝 파티. 그녀의 웃음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나는 그 생일을 기억했다. 그가 준비한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했다며 짜증을 냈던 기억. 장미꽃은 꽃병에 꽂지도 않고 방치했던 기억.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며 20년의 기록을 보았다. 그가 얼마나 나를 사랑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기억했는지, 내 무심한 반응에 얼마나 상처받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가 심장마비로 쓰러지기 하루 전 작성한 메모가 있었다.
"오늘 우리 결혼 20주년. 민지가 또 잊어버렸다. 괜찮다. 내일 내가 준비한 여행 티켓으로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해줄 것이다. 아직도 그녀의 웃음을 보기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서랍 맨 아래에서 발견한 봉투. 파리행 비행기 티켓 두 장이 들어 있었다. 내가 늘 가고 싶어했던 곳. 한 번도 말한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알고 있었다.
창가에 앉아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랑은 어쩌면 화려한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매일 아침 상대를 위해 준비하는 커피 한 잔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남편은 20년 동안 그 커피를 내게 건넸고,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마시지 않았다. 이제 와서 커피의 향기가 그립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잔인한 아이러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