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대표님: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들
그가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나는 그것이 이별의 서막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수현 과장님." 언제나처럼 공식적인 호칭이었지만, 그의 목소리에 담긴 무언가가 달랐다. 우리의 관계도, 내 인생도 바꿔놓을 그 무언가.
스타트업 '드림코드'의 대표님과 나의 관계는 겉으로 보기에 완벽하게 전문적이었다. 회의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우리는 서류와 아이디어만 교환했다. 하지만 밤늦게 남아 프로젝트를 완성할 때, 그의 커피 잔이 내 것과 나란히 놓여있을 때, 우리는 단어 사이의 공백처럼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 발표, 정말 잘했어요." 그가 말했던 날, 사무실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도시의 불빛이 그의 얼굴 윤곽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우리 회사 창립 3주년이었고, 난 처음으로 그를 '대표님'이 아닌 '민준 씨'라고 불렀다.
사랑이란 말은 한 번도 오가지 않았다. 그저 늦은 저녁 함께 먹는 도시락, 퇴근길에 우연히 같은 지하철을 타게 된 날의 긴 대화, 그리고 가끔 그의 손이 내 어깨에 머무는 5초간의 접촉. 그것이 전부였다. 회사 규정상, 직장 내 연애는 금지되어 있었고, 특히 대표와 직원 사이의 관계는 더욱 불가능했다.
"우리 투자자들이 합병을 제안했어요." 그날 밤 그가 내게 털어놓은 비밀이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에요." 그의 목소리에서 기쁨보다는 체념이 느껴졌다. 합병은 우리 회사의 성공을 의미했지만, 동시에 그가 떠날 것임을 의미했다. 새로운 회사에서 그는 더 이상 대표가 아니었다.
마지막 날, 그는 개인 사무실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문간에 서서 그를 지켜보았다. "도와드릴까요, 대표님?"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고개를 들고 미소 지었다. "이젠 그냥 민준이라고 불러도 돼요."
그가 사무실을 떠난 후, 책상 서랍에서 작은 메모를 발견했다. "어쩌면 이제야 진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토요일, 홍대 입구역 2번 출구, 오후 2시."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토요일, 나는 그곳에 갔다. 더 이상 대표님과 과장이 아닌, 그저 민준과 수현으로서. 그는 이미 거기 있었고, 처음으로 캐주얼한 옷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때때로 사랑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것은 직함 뒤에 숨어, 규칙 사이에서 자라나, 침묵 속에서 무르익는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장벽이 무너졌을 때, 그것은 이미 거기 있었음을 우리는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