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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부모님

사랑의 유산: 부모님의 마지막 선물

어머니의 장례식 날, 비는 내 마음처럼 거세게 내렸다. 사십 년간 단 한 번도 내게 "사랑한다"고 말씀하지 않으셨던 분의 빈자리가 이상하게도 천근만근으로 느껴졌다.

변호사가 건넨 봉투에는 어머니의 유언장과 함께 낡은 열쇠 하나가 들어 있었다. "지하실 서쪽 벽에 있는 금고를 열어보라"는 간결한 메모만이 전부였다. 부모님 집 지하실에 금고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나는 의아함을 안고 비 내리는 고향집으로 향했다.

습기 찬 지하실은 내가 어릴 적 공포의 대상이었다. 불을 켜자 먼지 섞인 공기가 허파를 찔렀다. 손전등을 비추며 서쪽 벽을 더듬던 순간, 오래된 책장 뒤에 숨겨진 작은 금고를 발견했다. 녹슨 열쇠가 무겁게 돌아가며 '딸깍' 소리를 냈다.

금고 안에는 낡은 노트 한 권과 사진첩, 그리고 작은 목각 인형이 있었다. 노트를 펼치자 어머니의 단정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딸에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모든 사랑을."

하루하루 적힌 일기였다. 내 첫 걸음마부터 대학 졸업식까지, 어머니는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을 기록해두셨다. "오늘 지수가 첫 단어를 말했다. '엄마'라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지수가 첫 시험에서 100점을 받아왔다. 자랑스러워 밤새 울었다." "지수가 반항기에 들어서 말대꾸가 늘었다. 하지만 그 용기가 참 대견하다."

내게 항상 무뚝뚝하고 엄격하기만 했던 어머니가 이런 속마음을 품고 계셨다니. 사진첩에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진들이 있었다. 내가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미소, 아버지와 함께 내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는 모습, 내 대학 기숙사 앞에서 몰래 지켜보던 모습.

마지막 페이지에는 떨리는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우리 집에서 자라나지 않았다. 내 부모님에게서 듣지 못했고, 나 역시 네게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랑은 항상 거기 있었다. 네 짜증 속에서, 내 꾸중 속에서, 아버지의 침묵 속에서도."

목각 인형을 들어 올리자 바닥에 작은 메모가 있었다. 아버지의 글씨였다. "네 모든 성장 과정을 어머니는 글로, 나는 조각으로 남겼다." 인형을 자세히 보니, 내 모습이었다. 다른 인형들이 어디 있는지 궁금해졌다.

장례식이 끝나고 아버지와 함께 지하실로 내려갔다. 아버지는 처음으로 내 어깨를 감싸며 다른 금고를 열었다. 그 안에는 내 나이별로 조각된 서른여덟 개의 인형이 정렬되어 있었다. 눈물을 참던 아버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매일, 너를 너무나 사랑했단다."

그 날 이후, 나는 매일 아이들에게 "사랑해"라고 말한다. 부모님이 남겨주신 가장 소중한 교훈, 표현되지 않은 사랑은 결국 표현되지 않은 것이라는 진실을 가슴에 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