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소개팅: 우연한 만남과 필연적 감정
"모든 소개팅은 거짓말로 시작한다." 그녀가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그 문장을 떠올렸다. 내가 이력서에 적어놓은 키 180cm는 실제보다 3cm 부풀린 것이고, 그녀가 프로필에 올린 사진은 분명 필터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최선의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 작은 거짓말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카페 구석의 소파에 앉아있던 나는 그녀가 문을 열 때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찡그렸다.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공간 속에서 그녀는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눈이 마주쳤을 때, 예상치 못한 따뜻함이 가슴에 번졌다. 필터 없이도 그녀는 아름다웠다.
"김지수 씨인가요?" 그녀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목소리는 전화에서 들었던 것보다 더 청아했다.
"네, 박서연 씨... 반갑습니다." 내 목소리는 의도치 않게 떨렸다.
우리는 서로의 취향과 습관,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나도 좋아하는 뮤지션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동시에 눈을 빛냈다. 사소한 공통점이 만들어내는 기쁨은 생각보다 컸다.
"사실 소개팅은 처음이에요." 그녀가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고백했다.
"저도요." 내가 거짓말을 했다. 다섯 번째였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커피는 식어갔고,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노을로 물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이의 작은 거짓말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나는 키가 177cm라고 고백했고, 그녀는 사진에 필터를 약간 넣었다고 웃으며 인정했다.
"솔직히 말할게요." 그녀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오늘 만나기 전에 세 번이나 취소하려고 했어요. 소개팅이란 게 어색하고 불편할 것 같아서..."
"그럼 왜 안 취소했어요?" 내가 물었다.
"친구가 당신을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직감이 좋았어요."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해질녘, 우리는 카페를 나와 거리를 걸었다. 손이 우연히 스쳤을 때, 나는 그것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소개팅에서 사랑이 시작된다는 건 너무 진부한 클리셰일까?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그 진부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음에 또 만나요." 헤어질 때 그녀가 말했다.
그때 알았다. 사랑은 완벽한 프로필이나 멋진 첫인상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소개팅은 단지 문을 여는 열쇠일 뿐,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우리가 함께 발견해나가야 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