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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소설

사랑의 소설: 우리가 쓰지 못한 페이지

그녀가 죽고 난 뒤에야 나는 그녀의 소설을 발견했다.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진, 내 이름이 빼곡히 적힌 원고. 커피 얼룩이 말라붙은 첫 페이지에는 단 한 줄이 쓰여 있었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관찰이다."

민지는 작가였다. 나는 그녀의 남편이었다. 십 년을 함께 살았지만, 그녀가 나를 소재로 소설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그녀의 손글씨는 떨리는 듯했지만 결연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우리의 첫 만남, 첫 키스, 결혼식, 그리고 점점 멀어지는 일상까지. 모든 순간이 그녀의 시선으로 재해석되어 있었다.

"오늘 그는 또 늦게 돌아왔다. 그의 셔츠에서 나는 향수 냄새가 내 소설의 새로운 챕터가 될 것이다. 그는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나는 그의 삶을 한 문장씩 훔치는 도둑이다."

창문 너머로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민지가 좋아하던 계절이었다. 그녀는 항상 창가에 앉아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무언가를 끄적였다. 나는 그것이 그저 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 대한, 우리에 대한 해부였다.

소설의 중간쯤에서 글씨체가 바뀌었다. 더 날카롭고, 더 격정적이었다. 그녀가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부터였을 것이다. "의사는 내게 6개월을 주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우리의 사랑을 완성해야 한다. 끝맺음이 필요한 이야기. 그가 나를 사랑했는지,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는지 결말을 써야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을 때, 나는 그녀가 죽기 전날 쓴 문장을 발견했다. "모든 소설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사랑만큼 아름다운 거짓말은 없다. 그가 이 소설을 읽는다면, 그때서야 우리의 사랑은 완성될 것이다."

나는 그녀의 소설을 출판사에 보내지 않았다. 대신 나만의 챕터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가 남긴 빈 페이지들에, 내가 말하지 못했던 모든 사랑의 언어를 채워넣었다. 우리의 소설은 이제 공동 작품이 되었다. 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지만, 사랑은 여전히 두 사람의 것이니까.

때로는 밤중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미완성이야." 그러면 나는 펜을 들고 다시 쓴다. 어쩌면 사랑이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소설,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들의 연속일지도 모른다.